언제까지 부모님을 도와줄 수 있을까
세상은 너무도 빠르게 변한다.
기계가 새로 생기기도 하고, 프로그램이 새로 생기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무언가들이 자꾸자꾸 생겨만 난다.
키오스크가 등장한 게 어저께 같은데, 그다음은 챗GPT. 이 다음은 또 무엇이 나타날까.
어릴 때는 부모님께서 모든 걸 알려주셨다.
밥 먹는 법, 잘 자는 법, 샤워를 하고, 주변인에게 예의를 갖추는 법을.
자판 치는 법도 어머니가 알려주셨다. 한컴 프로그램에서 산성비 게임을 가장 오래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말이다.
밖에 함께 외출을 하다보면, 내가 주도할 때가 생겨버렸다.
나는 아직도 엄마가 필요한데. 아빠가 절실한데.
모두의 주문을 취합하고 결제까지 하는 사람이, 어느새 내가 되어 버렸다.
외국어를 잘하는 엄마와 여행 고수인 아빠.
불과 3일 전, 나는 충격적인 장면을 보고 말았다.
대만 여행을 준비하는 엄마의 모습이었는데, 연신 고개를 갸우뚱 거리고 계셨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블로그에 적힌 맛집이 구글맵에 없다고 하셨다.
그건 AI 블로그였다. 사진의 탁도와, 글의 형식이 챗 GPT의 결과물이었다. 내 눈에는 너무도 확실했는데, 어머니는 이걸 어떻게 구별하냐며 난감해 하고 있었다.
나는 제대로 된 답을 주지 못했다.
그저 너무 정돈되었다거나, 사진이 실제 같지 않으면 의심해보라, 정도였다.
나노바나나인지 그건 정말 진짜 사진 같던데.
나도 조금만 있으면 가짜와 진짜를 구별하지 못할 거 같은데.
부모님을 챙기는 내 모습에서 씁쓸함을 느낄 떄도 없이, 나도 함께 헤매며 도울 수 조차 없을 수도 있다는 공포가 생겨나버렸다.
받은 만큼 돌려줄 수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세상은 왜 이렇게 빠른 걸까.
도울려면 자리라도 잡아야 가능할텐데, 왜 이리 미래는 휙휙 바뀌는 걸까.
효도의 길은 멀고도 멀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도 못하는 현실이라니.
이제 공부하지 않으면 부모님과 함께 헤메야 한다. 같이 허둥지둥대야 한다.
시선이라도 따스하면은 참 좋을 텐데.
사실, 요즘은 직원분께 예의바르게 도움 요청하는 법을 연습 중이다.
나한테 어려운 일이어도 직원분은 잘 아실테니까.
그러면 적어도 먹고 싶은 걸 먹지 못하고, 사고 싶은 걸 구매하지 못하지는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