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멍청한 [웹소설 작가]의 반성문

엉망을 두려워했음을 반성한다

by 멍텅구리

경고 : 필자는 멍텅구리이자 대가리꽃밭입니다.




지금까지 총 2질을 세상에 내놓았다. 무료 연재 및 공모전까지 포함하면 작품 수는 두 배쯤 될까. 이 ‘투고에 성공해 출판사와 계약 후, ISBN도 보유한 두 질’은 모두 처참하게 망했다. 속된 말로 개처망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아주 멍청한 웹소설 작가이기 때문이다.


브런치에는 작가 지망생이 많다고 들었다. 적어도 3편은 출간해야 지망생 딱지를 뗀다고들 하던가. 그러니 이 글에 조언은 없다. 그럴 짬이 못 된다.


출간까지 엑기스만 잠시 언급하겠다.


여성향 단행본 기준이다.



출간 방식 : 무료 연재/투고/차기작 제안 -> 컨택/투고 합격 -> 원고 작성 -> 심사 -> 출간


대충 이런 순서고, 작가 커뮤니티(글담, 엔글쟁이, 웹연갤 등등) 팁 글을 참고하면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다. 여기에는 작법 팁은 물론, 시놉시스 쓰는 법이라거나 출판사 정보도 있다.


‘OO 출판사와 계약해 보신 분 있나요?’ 하고 물어보면 친절하게 알려주실 거다. [투고하다] 사이트 리뷰란도 나름 참고할 수 있긴 하다. 좀 옛날 자료들이지만.


계약 전 출판사에게 물어볼 것 : 정산 방식(익익월 등)/정액제 여부/교정 교열/출간 플랫폼 등등


시놉보다 원고가 중요, 완고 인도일은 예상보다 +3개월, 다독 다상 다작.




끝.


다시 돌아가 ‘대체 얼마나 망했길래?’라고 묻는다면, 드릴 건 눈물과 머쓱한 웃음뿐이다.



망했다의 기준은 개인별로 천차만별. 이런 식으로 판단해 보는 건 어떨까. 한국인은 보통 분당 300~400타수를 친다고 한다. 따라서 중간인 350타로 잡겠다.


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키보드를 두드리면 350 * 60 = 21,000자.


이때, 내 소설의 분량은 33만 자 정도 된다.


그렇다면 330,000 / 21,000 = 15.7.


중간중간 물을 마시거나, 손가락을 푸는 시간도 있을 터. 올림 해서 16으로 잡자.


즉, 평균 타수로 내리 텍스트 덩어리를 적기만 해도 약 16시간이 걸린다는 뜻이다. 2024년 최저 시급은 10,030원. 16시간 노동한 것으로 계산하면 16만 480원.


여성향 웹소설 중, 특히나 단행 시장의 경우 런칭 직후 1개월이 총매출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물론 예외도 있다. 넉넉 잡아 3개월이다만.)


나의 경우, 저 시기에 이걸 못 넘었다. 하지 말란 짓을 다 하긴 했다. 하하.


저 약 16만 원은 최소 시간 기준. 실제 집필에는 구상 및 교정 등등이 포함된다. 이걸 고려하면 16시간의 배는 당연하고 10배도 훌쩍 넘을 테다.


‘그 시간 동안 알바를 했으면’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 않는가.


이만하면 객관적으로 망했다고 할 수 있겠지. 흑.


정산 사이트를 보고 있자면, 하나의 감정이 가슴을 치고 올라온다.


바로 신기함.


나는 멍텅구리다. 남들이 멋있어 보인다고 하는 일을 쫓았고, 유형 및 무형의 규범을 꼭꼭 지켰다. 교복 치마를 단 한 번도 줄이지 않았으며, PC방은 아직도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솔직히 말하겠다. 그다지 알고 싶은 마음도 별로 없다.


기존 체제에 생각 없이 순응하는 편리한 도구. 그게 나니까.


내 인생은 아주 순탄했으며 할 줄 아는 일이 단 하나도 없었다.


그런 나의 고민과 결과가 그저 잡생각으로 남지 않았다니. 내가 행동하고, 이는 사회의 일부가 되었다니. 그 증명을 보고 있자면 세상이 얼마나 무심하고 또 상냥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이리도 한심하게 살아온 사람에게마저.



경험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축복이다.


외부 요인으로 붕 뜬 나날들. 우울함에 허덕였던 나는, 나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그 대단한 세상의 기준에서 나는… 그리 대단치 않다. 여전히. 실패와 성공 두 가지로만 판단할 때, 전자에 더 가까우니까.


그런데 어쩌나, 이게 나인걸. 이 인생은 그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걸.


대가리가 꽃밭인 거지, 인생마저 꽃밭은 아니었다고.


나는 엉망이 되는 게 참 두려웠다. 결과가 눈에 뻔히 보일 때까지 발을 뻗지 않는 사람이었다. 아득바득 뒤떨어지지 않으려, 무시당하지 않으려 점잔을 떨었다.


몰래몰래 아이디어를 기록했지만, 글 파일을 3중, 4중 폴더 속에 감추었던 이유였다. 보잘것없다고 비난할까 무서웠다. 더 중요한 일을 하라며 무시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고, 그 사람들의 목소리는 내면의 나보다 거대했다.


사실은 늘 이야기를 써내고 싶었으면서. 결국 마지막까지 함께할 건 ‘나’면서. 스스로의 가능성을 밟아 죽이다니.


무료 연재 사이트에 글을 올린 건 다분히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시간이 넘치나 못해 줄줄 새는 나날들. 고등학교 때 자료를 뒤지다 우연히 발견했다. 정말 유치한 제목에, 손발이 오글거리는 내용으로 가득한 습작 파일. 시험 기간 스트레스 풀이용이라 내용은 과격하기까지.


그런데 재미있더라. 딱 내 스타일이었다. 내가 내 마음대로 적은 것이니 당연한데도, 당시에는 그 사실이 제법 새롭게 다가왔다.


그날은 마침 꽤 생생한 꿈을 꾸었더랬다. 일어나도 내용과 캐릭터가 기억나고, 기승전결의 ‘기승ㅈ’까지는 줄줄줄 쓸 수 있을 정도의.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에 쩔어버린 뇌가 짜증스럽게 외쳤다.



하고 싶잖아. 거기다 할 수 있잖아. 뭘 머뭇거려?



그렇게 맞춤법 검사기도 돌리지 않은 글에 무작정 ‘1화’를 붙였다.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마흔 곳 이상의 출판사에도 투고했다. 왜 시놉시스 양식은 출판사별로 다 다른 건지.


당연하게도 줄줄이 반려비를 맞았다. 그놈의 방향성, 아쉽지만, 다음 기회. 어우. 반려비는 무슨, 반려‘대못’이다, 대못. 아주 심장과 폐를 푹푹 쑤시더라.


아프고, 사람이 의기소침해지며, 내가 멍텅구리임을 몇 번이고 재확인했다.


하하.


진작 해볼걸 그랬다.


가끔 거울을 보며 ‘이야, 나 너무 기특하고 대단한 거 아니야?’ 외치곤 한다.

(반대로 ‘… 왜 사냐’ 중얼거릴 때도 있지만.)


전업은커녕, 겸업으로도 언감생심인 성적. 어디에서도 언급 한 줄 되지 않는 작품. 필명값보다는 필명빚이 쌓이는 작가.


2024년 문체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한 작품당 300만 원도 벌지 못하는 사람이 6할이라고 한다. 10만 원 미만도 무려 12%. 한 작품 당이다. 길면 몇 년도 걸리는 한 작품. 나도 통계에 한몫 단단히 보탰다.


적으면서도 조금 슬퍼지네.


참 이상한 일이지. 작품 표지를 보고 있자면, 세상에 내놓은 문장들을 보고 있자면… 가슴이 너울거린다. 때로 자랑스러움마저 넘실댄다.


이 문장들을 벼려낸 사람이 바로 나라니. 이걸 세상에 내보이기까지 했다니.


(가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담당자님은 대체 왜 이 원고를 합격시켰을까. … 이미 계약한 데다 출간까지 했으니 못 물러요. 히히.)


웹소설 플랫폼 중, ‘리디’를 들어봤는가. 여성향 작품, 특히 단행이라면 90%는 들어가는 곳이다. 뷰어며 폰트가 편해서 독자로서도 자주 이용한다. 특히 요 형광펜 기능. 얘가 아주 최고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마음에 드는 문장에 줄을 긋고, 독서 노트에 따로 모아서 볼 수도 있다.


거기다 ‘이미지로 멋지게 공유’도 가능하다. 바로 이렇게!



아, 혹시나 해서 언급하는데, 웹소설 이렇게 쓰면 안 된다. 앞서 언급한 내 수익을 다시 보고 오시길.



자랑스럽지만, 이 문장들은 아주 멍청한 웹소설 작가가 저지른 아주 멍청한 짓거리의 일부다. 여기서 위대한 한 구절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반성은 차기작에서.

이왕이면 완벽한 글을 세상에 내놓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인 법. 최종본은 으레 '최최종본', '진짜이게정말최종'이 되곤 한다.


내 손끝에서 나온 글들은 유치하고, 평면적이며 어설프기 짝이 없으니까. 고쳐도 고쳐도 오타와 비문이 나오는 게 원고니까.


가끔 노력은 배신한다. 수정으로 인해 반짝이던 아이디어마저 빛바랠 수 있다.


그래, 미묘한 차이는 글맛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그 대가가 미완결이라면?


아쉬운 부분은 잘 정리해 두자. 다음 작품에서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면 된다. 또 했다면? 다다음 작품에서 고치면 된다. 참 즐거운 사실이다.


나는 멍텅구리이고, 대가리 꽃밭이다. 이건 자기 비하가 아닌 사실이다.


계속 멍청하겠지. 실수도 왕왕하고 펑펑 울겠지. 세상은 넓고, 나는 끊임없이 탐구할 테니까. 내 인생 앞에 놓인 흙탕물과 동아줄, 그 모두를.


이런 미래가 마음에 든다. 기를 쓰고 굴곡을 지워냈던 예전보다 훨씬 더.


1차원 활자 인간보다 납작했던 내가 비로소 양감을 가지게 되었다. 내 세상이 넓어졌다. 언감생심 넘보지 못했던 방향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


으아아, 나는 어쩔 수 없이 기대하고야 만다. 후회를 감수하고야 만다. 엉망 속에서 한번 더 몸부림을 치고자 한다.


정말 최고다.


나는 엉망이 되길 두려워했음을 반성한다!




예약할 때 알았는데, 이 글이 올라가는 날이 8.15 광복절이더라.


대한 독립 만세!

독도는 한국땅!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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