喊山

산이 울다

by 그림자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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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어느 산골 깊숙한 마을에 이사를 온 이방인 가족. 산등성이를 타고 자리한 마을의 풍경은 외부와 단절된 그 자체로 고요하기만 하다. 인기척을 죽이면 그저 산으로 밭으로 펼쳐진 골짜기의 넓이만이 차지하는 화면을 지긋이 담아낸다. 그러한 원거리의 풍경 속에 말을 못 하는 홍시아(红霞)의 절박함이 묻혀있다.


이방인 가족의 남편이 마을 청년이 설치한 덫에 걸리는 사고로 죽자 마을은 신고를 하지 않고 청년에게 과부와 어린 두 딸을 떠맡게 하는 공동체적 연좌제를 물리는 방식을 택한다. 영화는 외부인과 마을 공동체의 충돌로 인해 아무렇지 않게 이어지는 배타적인 행위들을 무심하게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홍시아의 위태로운 내면은 그녀가 어쩌다 늙은 남편과 함께 여기까지 오게 되었고 왜 말을 하지 않게 되었는지 기억으로 드러난다. 홍시아가 산에 올라 소리 없이 외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나는데, 산은 그렇게 사람들의 울음을 지켜보는 것 같다.


참 오랜만에 중국 영화를 보았다. 그 예전 붉은 수수밭(紅高梁), 홍등(大紅燈籠高高掛), 인생(活着) 같은 장예모(張藝謀) 감독의 영화들이 떠오른다. 19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에 제작된 당시 중국 영화들은 1920년대 이후 근현대의 사상 혁명적인 분위기를 바탕으로 한 일가족의 몰락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그리고 2015년에 개봉한 이 영화 '산이 울다'는 여전히 관습적인 80년대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시대에 들어 시절을 되돌아보면 변화의 바람을 느끼곤 한다. 그러나 뭐가 얼마나 좋은 쪽으로 달라졌을까. 문득 고즈넉한 능선에 올라 소리 내어 외쳐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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