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 디어
요르고스 란티모스(Yorgos Lanthimos) 감독의 인공적인 환경 설정이 부각되던 한 편.
더 랍스터가 내게는 주옥같은 기분의 작품이어서 다음 편의 기대치가 있었으나 이건 좀 더 냉소적인 기괴함을 풍긴다. 그러나 이미 제목에서 그러한 존재를 충분히 뿌리내리고 있었던 킬링 디어.
원제 '신성한 사슴 죽이기'는 고대 그리스 비극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Ἰφιγένεια ἐν Αὐλίδι, Iphigeneia en Aulidi)' 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작품이다. 그 내용을 알고 이 영화를 본다면 이해가 훅 들어온다. 아버지가 딸을 죽이고, 그 복수로 아내가 남편을 죽이고, 아버지의 복수로 아들이 어머니를 죽이는 잔혹한 비극사가 신성한 사슴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당신이 내 아버지의 심장을 앗아갔으니, 응당 당신도 하나를 내어놓아야지. 아니면 모두 사라질 거야. 마지막엔 피를 쏟으면서. 그러니 빨리 결정해.'
위선의 지위를 놓고 고민에 빠진 가장에게 다른 대안조차 없는 상황을 냉정하게 올려놓는다. 보고 있기 불편한 장면들뿐이지만 과연 이런 광경들을 외면해서 될 것인가. 그러한 물음을 지키는 냉랭한 장면들이 감독의 제량 아래 소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