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 대하여

by 그림자소리

엄마가 여름날 커다란 수박을 들고 오르막길로 등장하는 그 첫 장면이 내가 영화에서 보고 싶었던 풍경이었다. 필름의 사실적인 그 자연스러운 화면들로 영화는 누구나의 일상처럼 시작한다.


엄마는 딸이 그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딸과 그 연인을 외면한다. 그리고 연고도 없는 타인을 품는다. 철저히 혼자여서 아무도 찾지 않는 남의 인생을 씻기고 닦이면서 딸이 자신처럼 혼자가 될까 걱정이다. 딸은 그저 자연스럽게 개방된 태도이다. 나답게 부당한 것들에 맞서 싸우라고 엄마가 가르치지 않았냐며. 딸의 연인은 자신을 외면하는 엄마를 피하지 않고 무던하게 말을 건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꽤나 무거워서 터질 것 같지만 나지막하게 감정을 표현한다. 크게 서로가 다치는 장면은 없지만 감정을 참아내고 관계를 이어가는 시간들로 채워진다.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사회 구석구석 혼자가 된 사람들이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삶을 이어가고 생을 마감하는지 거칠지 않게 덤덤하게 표현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선뜻 받아들이지 못할 일을 만나거나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순간을 맞을 때 또 다른 누군가의 힘없는 손을 잡고 싶은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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