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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움 Nov 10. 2021

좋은 엄마란..

딸에게 주는 레시피를 읽으면서,

딸에게 주는 레시피 중 30쪽 '너는 무엇을 엄마에게 받고자 했으나 받지 못했니?'에서 멈칫했다.

선뜻 대답이 생각나지 않았다.

내 안에 있는 어린아이는 무엇을 원했을까? 만약, 알게 된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조금 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진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들과 함께 내 어린 시절을 되돌아봤다.


내가 취학 전일 때 우리 집은 단칸방 딸린 간판도 없는 구멍가게였다. 지금 생각해도 코딱지만 했다.

아버지는 직장 다니시고 엄마는 나와 동생이 어린 걸 감안해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셨다고 한다. 그 당시 나는 낯을 많이 가리고 수줍음이 많고 잘 긴장하는 아이였던 것 같다. 그래서 학교에 처음 갔을 때 적응이 느렸다.

속이 울렁거리고 배도 아프고 친구들에게 솔직하게 내 마음을 이야기 못해서 속앓이도 많이 했다.

달리기는 잘하는데 운동회 하면 긴장해서 넘어지고, 숙제는 성실히 하는데 친구가 달라면 빌려주고 혼이 났다.

엄마가 봤을 때는 뭐랄까 착한 아이가 아니라 답답한 아이가 아니었을까 싶다. 험한 세상을 어떻게 헤쳐나갈까 걱정도 많이 되셨을 거다.

지금 생각해보면 커가면서 누구나 성장하는 단계를 거치는데 실수하거나 잘 못해도 괜찮다고 다음엔 더 잘할 거라고 그러면서 배우는 거라고 다독여 주는 게 좋은 것 같다. 우리 아이들 10살, 7살 많이 컸다고 생각했는데 예전 8살이던 나를 생각해보면 더 다독여주고 공감해주고 용기를 줘야지 싶다.


나와 동생이 모두 초등학생이 되고 우리 집은 조금 더 큰 방이 있는 성주 슈퍼로 이사를 갔다. 대구 모 전문대 뒷문을 나서면 바로 우리 슈퍼가 있어서 학생들의 막걸리 단골 집이 되었다. 덕분에 밤늦게까지 퇴근하신 아버지도 막걸리 짝을 이리저리로 배달하시고 두 분 모두 참 바쁘셨다.

한 번은 내가 산으로 소풍을 갔는데 다른 친구들은 편안 바지에 티셔츠 차림인데 나는 금빛에 화려한 꽃이 그려진 원피스를 입고 갔던 기억이 난다. 엄마는 바쁜 일상 속에서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을 나름의 방식으로 표현하셨다. 그런데 나는 원피스가 불편했다.

그보다는 내가 상장을 받았을 때 기뻐하시던 모습, 지인에게 상장 코팅을 부탁하시던 모습이 더 좋은 기억이다.

그 상은 엄마에 대한 동시를 써서 받은 상인데 제목이 우리 엄마는 호랑이였다. 어린 마음에 엄마를 호랑이처럼 무섭다고 했던 그 시를 보여주면 엄마가 싫어할 거라 생각했었는데 예상과 달랐다.


성주슈퍼가 잘 된다는 소문이 났는지, 2년 뒤 집주인이 나가라고 했다. 본인들이 한다는 게 이유였다.

그렇게 해서 우린 낙원빌라로 이사를 갔고, 엄마는 이번에 연사 공장에 취직하셨다.

내 방이 있고 목욕탕을 따로 갈 필요가 없고 화장실이 집 안에 있는 곳, 정말 낙원이었다.

반면 엄마가 취직한 공장은 시끄러운 소음에 귀마개가 필수였고 한 겨울에도 반팔을 입어야 할 만큼 더운 곳이었는데 일한 만큼 보수를 받고 4시에는 퇴근할 수 있다는 것을 엄마가 좋은 점으로 보셨던 것 같다.

낙원빌라를 살 때 빌린 대출금을 갚기 위해서 엄마는 내가 초, 중, 고,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계속 그 공장을 다녔다.

고등학생 때 잠시 시장에 분식집을 열기도 했는데 장사가 쉽지 않다는 결론과 함께 다시 공장으로 발걸음을 돌리셨다.

초3 2학기 말 낙원빌라로 와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포항으로 이동할 때까지 긴 시간을 보낸 탓일까 지금도 꿈속에 집은 항상 낙원빌라이다.

결혼한 남편도 아들, 딸도 꿈에 나오는데 집은 항상 거기다.

눈물이 핑 돈다. 꿈에 나오는 우리 집, 안락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서 묵묵히 걸어오신 부모님의 발자국을 보게 돼서 인 것 같다.


처음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서 어렸을 때 무엇을 받고 싶었나요?....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며 스쳐 지나간 생각들을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내가 주고 싶은 것들로 정리해봤다. 결국 지금 그 자체의 너로 충분히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 인 것 같다.

조금 더 따뜻한 말로 관심 가져주고 공감하고 위로하고 이해해주고 괜찮다고 격려해주기.

한번 더 안아주고 손, 발 마사지해주고 사랑한다 말해주기.

암흑 같은 미래를 준비하는데 필요한 적절하고도 적당한 대화와 지원으로 함께 가 주기.

마음속 잔잔한 호수와 같이 이 다짐들을 묶어두고 한 번씩 꺼내보아야겠다.


끝으로 지금도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신 우리 엄마!

그리고 아버지! 항상 고마워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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