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

1년동안의 잠수, 그리고 꿈.

by J가 쓰는 글



음...


그러니까 지난 1년간, 나는 잠수를 탔다.


그렇다고 완전히 그 누구와도 만나지 않은 건 아니고, 적어도 일반적인 기준에서 이야기하는 사회활동으로부터 잠수를 탔다, 고 하면 정확할 정도의 생활을 했달까.


최소한의 인간관계와, 아주 근근한 일거리만을 해내는, 30대 초반의 어느 열두달.


누군가에겐 한창 사회활동을 할 중요한 시기.


아니, 세상의 대부분 이들에게 물어본다면, 사회적으로 정말 중요하다고 할 시기.


그리고 내게는, 온전히 나만의 것이어야만 하는, 그래야 했던, 시간.


그래서 나는 잠수를 탔다.


혼자 살던 집을 정리하고, 가족이 사는 집으로 이사를 왔다.


그리고 몇 달 후, 하던 일을 쉬기로 하고, 잠시지만 SNS 계정도 삭제했다.


그런 다음 나는 나의 방 안과 거실, 화장실, 그리고 아파트 단지 뒤의 비공식적 산책로와, 가끔이지만 빡세게 병원을 드나드는 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나는 지구가 태양을 한바퀴 돈것만큼 나이가 들었다.


주변에서는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걱정어린 눈길을 보내는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생기고, 내 안에도 나만 너무 느긋한가,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다가 어느날 깨달았다.


나는 어쩌다보니, 아주 어렸을 적부터 꿔오던 꿈을 이뤘다는 걸.


그건 바로,


대단한 사람이 되는 것도, 유명해지거나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닌,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은 사람이 되는 거였다.




이건 30대 초반 (아니 이제는 중반)에, 그 꿈을 이뤄버린 어느 퀴어 백수의 일기이자 회고록이다.


아주 오랫동안 살고 싶지 않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던.


누가봐도 괜찮은 척 하는데는 도가 텄지만, 실제로는 전혀 괜찮지 않았던.


그래서 괜찮은 척하는 걸 그만두고, 모든 척을 그만두기로 해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