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영화의 악당인가?

경이 씨 또는 동생

by 한낮의 초록별

동생과 일주엘에 두세 번은 족히 가는 카페 '경이네'에 갔다. 동생이 커피를 주문하러 가고, 나는 경이네에서 제일 좋은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주문을 마치고 자리로 온 동생이 무심히 자리에 앉으며

"경이 씨가 머리 자르셨네요 했어. 그래서 내가 아니요 그랬어."

사실 동생과 나는 미용실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나는 염색을 했고, 동생은 딱 머리를 잘랐다. 그러니 머리를 자르셨네요. 질문에 '네'라고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커피를 다 마시고 커피잔이 올려진 트레이를 가져다줄경이 씨는 평소와 달라 보였다. 평소의 경이 씨는 '덥죠?' 또는 ' 바지 멋있어요.' 등 살짝 의무적인 일상 대화를 시도하였다. 또 한 가지 눈과 입주위의 의식적인 웃음이 있었다. 오늘의 경이 씨에게는 의무적인 일상 대화 시도와 의식적인 웃음이 없었다. 경이네를 나오며

"왜 그랬어? 경이 씨 마상 입은 거 같은데."

하니

"내 머리 이야기를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어. 잘랐다고 하면 예쁘네 어울리네 할 텐데. 그 말이 딱 듣기 싫었어. 그래서 최대한 쌀쌀맞고 단호하게 말했어. "


자! 오늘 이 영화의 악당은 누구인가? 딱 하기 싫은 이야기의 주제를 그저 의무적인 일상 대화 시도에 넣은 경이 씨인가? 아니면 그저 '네' 라거나 '아..' 하고 얼버무리면 될 것을 '아니요'라고 단호하고 쌀쌀맞게 말한 동생인가?


동생은 작년 5월에 유방암을 선고받았다. 그래서 '유방암'이라는 세 글자가 우리의 삶에 가장 슬픈 단어가 되고 말았다. 선항암을 6월에 시작하자 머리카락이 몽땅 빠져버렸다. 그리고 무려 1년 동안을 가발과 모자를 쓰고 지냈다. 올 초부터 머리가 조금씩 나기 시작해 드디어 그날 머리를 정리하러 미용실을 다녀온 것이었다.

나는 오늘도 경이네에 커피를 마시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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