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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정은 Aug 10. 2022

시작하며

팬데믹의 상황으로 드문드문 참여하던 행사들마저 많이 줄었다.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자 방 안에 또 방 하나가 만들어졌다.      


 “너는 자기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아” 한 친구가 볼멘 듯 말했다. 하지만 나는 누구 못지않게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다. 문제는 ‘타이밍’을 못 잡는 데 있다. 


<파란공작>   91x73   혼합재료   2019

수다 떠는 자리에 낄 때면, 자신의 이야기를 술술 잘 푸는 이들을 보며 감탄하고는 한다. 

한 친구가 아이와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면, 옆에 있던 친구는 “그런데, 내 아들은 말이야~~”하며 어느새 자신의 이야기로 가져간다. 그러면 또 다른 친구는 “말도 마, 우리 애는~~” 

이렇게 이어지는 이야기 놀이에 끼지 못한 나는 대화의 맥락이라도 잡으려고 애를 쓰다가 피곤해진다. 

가끔 “너는 어때?”라는 질문을 받으면 이야기 할 기회를 얻어서 반갑지만, 언제 내 말이 끊어질지 몰라서 지레 조바심치느라 말의 속도가 빨라진다. 그러다 보니까 어느 틈에 나는 내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사람,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말 수가 줄어들수록 내 안에서 차오르는 이야기들이 너무 많아서 마음이 묵지근하고 소란스럽다. 이 글은 넘쳐나는 내면의 목소리들에게 넉넉한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서 썼다.

그래서 내가 충분히 묻고, 충분히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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