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이야기
‘나이들 수록 깊이 있게 춤추기를 바란다’고 말한 어느 발레리나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짐작하건데, 그녀가 원하는 깊이 있는 춤사위는 기교와 인간성이 조화를 이룰 때 가능할 것이다.
젊은 댄서는 완벽한 동작을 위해서 오직 그것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오랜 경험을 가진 댄서는 표현한 동작 이외의 몸짓들도 그 순간을 함께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여유롭다.
예술가는 자신의 분야에서 필요한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열심히 훈련해야 한다. 기교는 예술가의 영혼을 태울 수단이라서, 잘 닦을수록 예술혼이 마음껏 표현될 수 있다.
하지만 기교의 완성이 예술의 목적은 아니다. 대가들의 작품은 기교의 끝에서 한 숟가락 덜어낸 듯 보이는데, 그 부족함 덕분에 완벽한 서사에 비로소 숨표가 찍히는 듯하다.
인간성은 가능성과 같은 말이다. 예술의 목적은 인간성의 표현이지, 완벽하게 작동하는 기계를 만들려는 게 아니다.
기교만 남은 예술은 성능 좋은 자동차가 사람을 태우지 않고 달리는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