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이야기
지금 지나는 계절 뒤에 숨은 계절들이 같이 있고, 활짝 핀 꽃 한 송이에 나머지 과정도 함께 진행 중이라는 것을 알 때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윽해진다.
나이 먹을수록 눈의 시력은 점점 나빠지지만 마음의 시력은 더욱 좋아지는 듯하다.
드러난 화면에만 온통 주의를 집중했던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이제 그것과 함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가 느껴진다.
덕분에 선택할 때의 조바심과 집착이 줄어들어 그림 작업은 이전보다 느긋하고 겸손해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