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이야기
사람들은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초심을 찾는다.
나도 그림 작업이 방향을 잃거나 ‘그 나물에 그 밥’인 듯 느껴질 때면 떠올리는 시간이 있다.
하루 종일 그리고 색칠하고 자르고 색종이 접으며 놀던 시절, 그저 좋아서 했던 그림 놀이.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주문을 알았다. 질문하기이다.
‘오늘은 어떤 색을 쓰고 싶니?’ ‘지금 어떤 모습에 끌리니?’ 하고 나에게 물으면 어김없이 하고 싶은 것들이 손을 든다.
어떤 때는 느닷없이 화면 가득 노란색을 칠하고 싶고, 어떤 때는 뜬금없이 하트를 많이 그리고 싶다. 그 요청을 따라서 손끝이 움직이면 작업이 산책을 나온 듯 여유롭고 유쾌하다.
다시 새로운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