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이야기
예전에 흔히 들어보지 못한 말 중의 하나가 ‘저작권’이다. 저작물에 대한 창작자의 권리를 뜻하는 이 단어는 정보화 시대로 갈수록 많이 그리고 중요하게 다뤄진다.
‘똑 떨어진 나만의 것’, ‘내가 제일 처음 시작한 것’이라는 주장으로 인해 여기저기에서 표절 시비가 이어지고, 오리지널을 가리는 것은 현대 사회의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화가는 자기의식이 강한 사람이다. 나에 몰두한 덕분에 독특한 작품 세계를 만들어 가지만, 그것에 집착하면 소유욕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소유는 상실과 한 쌍이라서 작품에 ‘나의 것’이라고 꼬리표를 붙이면 그 소유를 유지하려는 욕망에 말려들어간다.
때로는 몸에 한정된 나를 벗어나서 더 큰 정체성을 상상하는 게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내가 생각하는 화가는 영감이 지나가는 통로이고, 창조의 순환이 이루어지는 장이다. 화가의 역할은 우주의 창조력에 마음을 활짝 열고, 잘 다듬어 세상에 드러내고. 관객이 되어 즐기는 것이다. 나의 것이자 모두의 것을 말이다.
소유는 작품의 생명을 고인 물처럼 가두지만, 향유는 순환하며 확장시킨다.
나의 시선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다른 존재가 되고 다른 삶이 펼쳐진다.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