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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정은 Sep 06. 2022

내 마음대로

그림 이야기


나는 화가와 주부라는 두 역할을 오가며 살고 있다. 한 세계만 제대로 건사 하는 것도 힘에 부치는데, 둘 다 하려니까 작업 시간은 늘 부족하고 집안일은 에누리 없이 쌓여간다. 나이 들수록 체력은 더 떨어질 텐데... 하는 생각을 하니까 이 정도도 유지할 수 없을 까봐 은근히 걱정 된다.


장애물을 만났을 때 또 다른 길을 찾아볼 기회로 여긴다면, 그것을 디딤돌 삼아서 새로운 세상을 구경할 수도 있다. 이럴 때 ‘이야기 만들기’가 필요하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작업 시간일까? 작업실에 들어가서 붓을 쥔 순간부터일까? 아니면 아이디어가 떠오른 시점부터일까? 화방에 들렀던 것도 작업 시간에 포함해야 하나?

한 걸음 더 나아가본다. 그림을 그리려면 컨디션은 괜찮아야 하고, 그러려면 잘 먹고 잘 자야하고, 그러려면 음식도 만들고 청소도 해야 하고, 또 그러려면... 

생각이 꼬리를 물수록 그림 그리는 시간과 일상의 경계가 흐릿해진다. 


나의 이야기는 이렇다. 

“이제 작업실에 있을 때뿐만 아니라 밥을 먹는 것도 산책 하는 것도 청소 하는 것도 모두 그림 과정에 넣기로 했어. 그러므로 나는 모든 순간 작업 중이고, 나의 일상 자체가 예술이야!”


<흐르는 모래26>   162x130   혼합재료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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