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이야기
서너 살 쯤 됐을까……
가족사진 속의 나는 엄마가 뜨개질해서 만들어 준 멜빵이 달린 치마를 입고 아빠의 무릎에 앉아 있다.
비록 흑백 사진이지만 나는 그 치마의 색깔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밝은 노란색 바탕에 새싹 같은 초록색으로 테두리를 두른 치마. 나는 그 치마를 매우 좋아했다.
입던 스웨터에서 풀어낸 꼬불거리는 털실에 김을 쐬어 편 후 그 실로 새 옷을 뜨는 엄마의 모습은 마술사 같았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 그 치마의 노란색 실도 다른 옷으로 몇 번 더 변신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요즘의 실 작업 역시 그것을 한 올 한 올 풀어서 만든 나의 오래되고 새로운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