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이야기
"직업이 뭐예요?"
"그림 그려요."
"어머, 그게 직업이 돼요?"
"................"
나의 직업은 화가이다. 하지만 직업이란 ‘생활을 영위하고 수입을 얻을 목적으로 한 가지 일에 종사하는 사회 활동’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적용할 경우, 내게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그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기에 그저 좋아서 하는 ‘특별한 활동’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물건을 팔며, 누군가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누군가는 환자를 치료하며 사회적 정체성을 부여받듯이 나는 그림을 그리며 세상의 한 자리를 차지한 채 그들처럼 살아가고 있다.
다만 그 특별한 활동의 의미와 가치를 내가 만들어서 내 자신을 납득시켜야 하는 게 좀 차이가 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