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전무님이 아닌, 그분의 이름으로 불러드리기로 했다.
연말 클로징이 다가오고,
그래도 이젠 연락을 드릴 때가 되었다고 생각이 들 즈음이었다.
고민하다 결국 내 손이 먼저 움직여 최대한 진솔한 마음을 너무 무겁지 않게 메시지에 담아 카톡을 드렸다.
“저에겐 언제나 전무님,
인사를 드리지 못한 것이 한이 되어
서리가 맺히기 전에 연락드립니다.
연말에 어디 안 가시면 한 번 찾아뵙고 싶네요.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뵙고 싶은 마음,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항상 충성입니다!”
10분이 채 되지 않아 답장을 주셨다.
“고맙다!
나도 많이 보고싶고 미안하다.
연말에 한 번 보자.
내가 연락할게.”
곧 연락이 오시고 시간과 날짜를 조율했다.
장소는 댁 근처, 손수 예약해 주신 정통 깊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다.
약소하지만 마음을 담은 퇴사 선물을 픽업해 차를 끌고 그곳으로 가는 길.
붉은 노을이 져오소 유난히 슬픈 발라드 플레이리스트가
괜히 마음을 더 아리게 만들었지만,
그 느낌도 나쁘지는 않았다.
근처에 오면 전화를 달라고 하셔서 약 3킬로미터를 남기고 통화 버튼을 누르려는데, 첫 시도는 실패였다.
마음속으로 후후— 준비를 하며
남은 길을 조금 더 달렸다.
그리고 2킬로미터 남짓에서 전화를 드렸다.
주차장 안내를 해주시겠다며 구태여 큰길로 나와 계셨다.
손수 안내를 해주시고, 나름 터프한 주차를 한 뒤 전무님을 마주했다.
그 동안 많이 쏟아냈다고 생각했는데,
잘 정리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얼굴을 뵙자마자 또 다시 차오르는 눈물이 억울하고도 민망했다.
눈물을 닦으며 겨우 주문을 마쳤다.
못 다한 인사의 아쉬움 때문인지
약간의 긴장감과 어색함이 감돌았다.
이러한 결정이 내려진 과정,
전무님의 그간의 커리어,
조금 앞당겨진 은퇴.
직접 여러 이야기를 들으며 퇴사 후의 계획과
회사에 남은 사람들에 대한 그분의 생각,
지금까지 여실 없이 쏟아내신 리더십과 커리어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 더 보고 배우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이제는 조금은 편안하실 은퇴 라이프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교차했다.
“직원들한테 연락이 한 백 통쯤 왔었어.
이제 너한테도 올 때가 되었겠지…하는데
네 문자가 어느정도 감정을 정리하고 나서
절제된 마음으로 보낸게 느껴져서
그게 또 좋더라고~”
농담처럼 이야기하시며 앞으로도 또 보자고,
다음에는 고기를 사주신다고,
나도 지속적인 팔로십을 기약했다.
그분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지킬 것이다.
정말 답이 보이지 않을 때, 그분의 시야와 조언이 필요할 때,
굉장히 선별적으로 찾아갈 것이다.
은퇴 라이프를 받아 들이는 그를 보며 배우고,
나 역시 더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 나갈 것이다.
조금은 더 여유롭게, 더 현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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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회사에서 가깝게 지내던 임원분의 퇴사와 이별 경험을 기록한 연재의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1편에서는 갑작스러운 이별의 순간을, 2편에서는 이별을 소화하는 과정을,
3편에서는 그분과의 만남을,
4편에서는 그 이후 일상과 시를 주차별로 연재하려 합니다.
우리 회사는 공식적인 직함을 사용하지 않지만, 글의 흐름상 편의를 위해 해당 인물을 '전무님'이라고 지칭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