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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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에 이어서 연재합니다.
전무님과의 작별 인사를 미처 나누지 못한 채, 어제가 첫 출근날이었다.
하필 글로벌 중요 임원의 방문 행사가 있던 날.
가장 중심에 서 계셨어야 할 자리에, 그분만 없었다.
내 눈앞에는 여전히 그분의 따듯하고 힘찬 표정과 눈빛이 아른거렸고,
마치 나만 혼자 힘든 것 같았다.
그럼에도 그분과 각별했던 분들과 눈이 마주칠 때면,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아픔이 스치듯 오갔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스스로 수없이 되뇌었지만, 부재의 감정은 말처럼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행사 진행은 차질 없이, 오히려 더 열정적으로 몰입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피드백도 좋았고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하지만 가장 먼저 알아봐주고, 가장 크게 엄지척을 날려주셨을 그분은 그 자리에 없었다.
급히 짐을 챙겨 나오던 퇴근길에 찾아온 허탈함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3년간 이 회사에 있으면서 누군가의 퇴사에 울었던 순간은 단 두 번이었다.
가장 가까이 일하던 파트너 BM의 갑작스러운 이직,
그리고 지금.
돌이켜보면 이 공허함과 눈물은 예고 없이 찾아온 급작스러운 이별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아마도 부모님께 물려받은 ‘정많음’ 때문일 수도,
그때도, 이번에도 나를 묵묵히 봐준 사람은 일명 ‘나보다 8살 많은 T형 파트너 BM’이었다.
그는 직속 부하로 이번 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사람이었다.
그는 괜찮은지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오늘 종일 눈만 피한 것이 미안해, 결국 전화를 걸었다.
그는 바로 받았고, 마치 내 눈물을 예상한 듯 회의실로 조용히 들어가 통화를 이어갔다.
감정 표현에 서툰 그도 이번 만큼은 많이 씁쓸하고 힘들다고 했다.
그와 연결이 완벽하지 않은 통화를 이어가던 중, 하루 종일 참아내던 공허함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전화를 끊고 지하철이라는 공공장소에서도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집에 돌아가서도 감정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꺼내든 카드는, 평소 잘 쓰지 않는 ‘엄마 찬스’였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왜 이렇게 슬픈지, 왜 이렇게 힘든지 엉엉 울며 쏟아냈다.
엄마는 그대로 전부 받아주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제 네가 그런 사람이 되면 돼.
그분은 회사생활 참 잘하셨네~
떠날 때 누군가가 이렇게 슬퍼해주는 게 좋은 거야.”
정 많은 게 이상한 게 아니라고,
오히려 잘하고 있는 거라고 하는 말에 마음이 조금씩 풀렸다.
엄마와의 통화를 옆에서 놀란 눈으로 지켜보던 네 살배기 아들래미도 조심스레 물었다.
“엄마 왜 울어…?”
나는 최대한 아이가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설명했다.
“엄마를 정말 좋아해 주셨던 선생님이 인사도 못하고 갑자기 떠나셔서 엄마가 너무 슬퍼…
우리 아들이 엄마 이해해줄 수 있지?”
남은 눈물을 다 쏟고 나니 서서히 진정되었다.
잠시 뒤, 아들이 조용히 다가와 뽀뽀와 사랑 고백을 건네며 말했다.
“엄마~ 이제 울지 마~.”
나도 아직 크고 있는 사람이라서,
아직 서툴고 이 세상을 알아가는 중이라서,
아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다.
아마 이런 경험들이, 언젠가 너를 더 크게 안아줄 수 있게
나를 준비시키는 과정일 것이다.
내일부터는 좀 더 괜찮아질 거라 확신했다.
역시나 오늘은 어제 눈물 한바탕 쏟아낸 뒤 한결 괜찮아졌다.
80%는 돌아온 것 같다.
남은 10%는 시간이, 마지막 10%는 그분과의 작별 인사가 채워줄 것이다.
그 마지막 10% 앞에서, 나는 차분히 말하고 싶다.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당신은 좋은 사람이었고,
저도 그런 사람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