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사라진 리더
회사에서 어떤 이별은 준비할 틈도 없이 일상의 한가운데로 떨어진다.
그리고 나는 아직, 그런 이별이 많이 아프다.
지방에서 행사가 있어 짐을 챙기고, 영업 동료와 신나게 카톡을 주고받으며 어느 때와 다를 것 없이 택시를 타고 서울역으로 가고 있었다.
평소와 다르지 않지만 조금은 더 분주한 아침이었다.
그때 동료가 물었다.
“전무님 퇴사하는 거 알고 있었어요?”
그러며 긴급 미팅 사진을 보내주었다.
카톡에 뜬 그 내용과 사진을 보는 순간, 심장·두뇌·나의 모든 세포가 저 멀리 아득해졌다.
최근에 내가 가장 많은 영향력을 받고 있었던 사람,
나의 멘토이자 리더이면서도 긴밀한 업무 파트너였던 분이다.
(파트너라고 하기엔 너무 임원이셨지만, 그만큼 나를 존중해 주셨다.)
물론 은퇴가 얼마 남지 않긴 했지만, 그래도 최소 1년, 2년은 더 함께할 줄 알았다.
1~2년도 충분히 긴 시간이라 생각해 나는 아무 마음의 준비도 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하루하루 정과 신뢰가 더 두터워지고 있다고 느끼던 시기였다.
은퇴식은 한 1년이면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니, 은퇴식 때 뭐해드리지? 하고 때때로 상상만 했을 뿐.
약 한 시간 뒤, 말도 안 되게 공식 공지가 왔다.
그분의 퇴사 결정 안내였다. 읽으면서도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마치 교통사고를 당한 것처럼, 꿈을 꾸는 게 아닐까 싶은 충격이었다.
거의 모든 직원들이 그분께 작별 인사도 못 한 채, 그날이 갑자기 마지막이었다는 통보만 받았다.
정확한 이유는 아무도 알 수 없었고, 부서 여기저기에서 곡소리와 추측들이 무성할 뿐이었다.
그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생이별, 그리고 인사조차 하지 못한 것이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지난 주만 해도 내년도 계획을 신나게 이야기하며 그분의 포부와 리더십, 들뜸과 따뜻함이 모락모락 김처럼 맴돌고 있었는데. 그게 바로 며칠 전의 일인데.
그런데 이제,
내일부터 그는
회사에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나는 아직 직장 선배도, 인생 선배도 아니라서 모른다.
이런 이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이 마음을 어떻게 소화해야 하는지,
언제 괜찮아지는 것인지.
선배들은 말한다. 회사도, 인생도 다 그렇다고.
그렇다고 해서 내가 겪은 이 감정과 충격을 “인생이 원래 이런 거지”라며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물론 언젠가 후배가 비슷한 일을 겪으면 “라떼는…” 하며 공감해 줄 수는 있을 것이다.
당분간 그분과 가까웠던 사람들을 마주치면 눈물이 차오를 것이다.
그 눈물의 이유를 굳이 정의하자면, 준비하지 못한 이별의 당혹과 표현하지 못한 아쉬움, 그리고 슬픔에 가까운 어떤 감정일 것이다.
행사를 마치고 영업사원과 둘이 남게 되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차 시간이 되어 짐을 챙기는데, 그가 굳이 바래다주며 진심을 담아 어루만지듯 위로해 주었다.
“산 사람은 살아야죠. 우리 살아야 됩니다.”
맞아요, 우리 살아야죠.
그가 웃으며 덧붙였다.
“정 씨라 그런가 이래 이렇게 정이 많아 우짜노~~~”
진짜 우짜노.
앞으로 이런 시간들이 나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아니면 바람 잘 날 없는 삶의 다이내믹 안에서 언제까지 얼마나 흔들릴지 아직은 나도 잘 모르겠다.
동문 직속 선배도 동문회 일로 연락이 오셔서 조언을 구했다.
사실 조언보다는 하소연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 선배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배 왈,
“야 인생 뭐 있냐. 그냥 하루하루 행복하게 사는 거지. 그것도 다 그분의 삶이야.”
다 맞는 말이었다.
그리고 결론은 결국 하나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지나… 가리라.
이 글은 회사에서 가깝게 지내던 임원분의 퇴사와 이별 경험을 기록한 연재의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1편에서는 갑작스러운 이별의 순간을,
2편에서는 이별을 소화하는 과정을,
3편에서는 그분과의 만남을,
4편에서는 그 이후 일상과 시를 주차별로 연재하려 합니다.
우리 회사는 공식적인 직함을 사용하지 않지만, 글의 흐름상 편의를 위해 해당 인물을 '전무님'이라고 지칭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