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전하지 못한 독백

내가 듣고 상상하던 어른의 삶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계

by 정작가

나는 한 번씩 엄마에게 독백을 한다.

주말 오후, 조수석엔 피곤한 남편, 뒷자리엔 잠이 든 아이.

두 사람을 싣고 운전하며 내려가던 길.
그 어딘가에서 나는 혼자 말을 걸고 있었다, 엄마에게.


내 나이 서른넷.

엄마 품으로부터 독립한 지 십 년쯤 됐다.

그런데도 아직, 엄마의 눈과 입으로 배우던 세상이 또렷하다.


어깨너머로 듣고, 상상하던 어른의 삶.

나는 이제 독립한 어른으로, 그 세상을 살아내며

어린 시절의 엄마에게 한 번씩 말을 건넨다.


'엄마, 그거 알아?

내가 살아보니 세상은 생각했던 것보다 변수가 훨씬 많아.

인생은 생각보다 훨씬 더 솔직하고, 때때로 그 민낯은 더 어둡고 이기적이야.

여전히 배울 게 많고, 아직 만나지 않은 변수들은 무섭기도 해..'


엄마는 아주 건강하게 잘 살아 계신다.

그런데 이상하게 어떤 말들은 전하기가 어렵다.

내가 살기 원하셨던 세상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의 대비가

엄마에게 그 어떠한 실망감이나 걱정을 안길까 싶어서.


이 독백은 가끔, 엄마가 아니라 어린 시절의 나에게 닿는 것 같기도 하다.

꿈과 희망이 가득한 상상의 세계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나에게,
그 대비는 잔인하게도 또렷하다.


뒷자리에서 아이의 고른 숨소리가 들렸다.

나는 저 아이에게 어떤 세상을 알려줘야 할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 무게가 한결 묵직해진

주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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