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기적 해석가 Aug 21. 2021

검은 속내

<데어 윌 비 블러드> 해석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이제는 격언이 되어버린 이 말은 한때 인터넷에서 떠돌던 유명한 밈이었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데어 윌 비 블러드>는 1900년대 초반 당시 미국의 야만적인 자본주의 역사를 꼬집는다. 1890년대, 아내를 잃은 채로 알코올에 의존하며 석유를 채굴하는 광부 플레인뷰(다니엘 데이 루이스). 그는 우연히 석유 유전을 발견하면서 거대한 석유 시추 회사를 운영하게 된다. 어느 날, 리틀 보스턴에서 폴 선데이라는 자가 플레인뷰에게 찾아온다. 석유 냄새를 맡은 플레인뷰는 즉시 채굴을 시도한다. 마을 사람들은 일라이 선데이를 주축으로 하는 교회를 세우는 조건으로 작업을 허가한다. 작업 도중 플레인뷰의 양아들 H.W. 가 사고를 당하고, 플레인뷰 또한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것을 느낀다.


 영화의 제목 There will be blood는 출애굽기 7장 19절에 나오는 구문이다 :

The Lord said to Moses, "Tell Aaron to stretch the walking stick in his hand over the rivers, canals, ponds and pools in Egypt. The water will become blood everywhere in Egypt. There will be blood in the wooden buckets and stone jars."
- Exodus 7:19 -

 "여호와가 모세에게 이르시기를 아론에게 지팡이를 잡고 이집트의 강과 운하, 못과 호수 위에 펴게 하라. 그것들은 모두 피가 되고, 이집트의 모든 땅에 피가 있으리라." 이 구절은 이집트에 벌어질 재앙에 대해서 말하는 장면이다. 감독은 미국을 곧 재앙이 닥칠 이집트로, 석유를 피로 비유하였다. 석유를 시추하여 막대한 돈을 벌지만 수많은 희생과 피가 있음을 암시한다.


 영화의 배경인 1890년대부터 1900년대 초반까지는 서부개척이 끝나고 자본주의가 태동하던 시대이다. 플레인뷰는 석유를 통해 돈을 벌기 시작했고, 석유가 나오는 곳이라면 달려갔다. 자본을 향한 욕심은 H.W. 를 대하는 모습을 통해 드러난다. H.W. 가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는 자신의 친아들처럼 대했다. 그러나 사고로 청각 장애가 생기고 사업에 방해가 되자 가차 없이 보내버린다. 이복동생을 자처하는 자와 동업하지만, 동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히자 그를 죽인다. 무신론자이지만 돈을 위해서라면 세례를 받으며, 일라이에게 모욕을 당하기도 한다. 플레인뷰는 초기 자본주의 시대 당시의 사업가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당시 자본주의의 원리를 플레인뷰의 대사를 통해 알 수 있다 :

Plainview : Here, if you have a milkshake, and I have a milkshake, and I have a straw. There it is, that's a straw, you see? Watch it. Now, my straw reaches across the room and starts to drink your milkshake. I... drink... your... milkshake!

 플레인뷰는 자신의 밀크셰이크가 있더라도 상대의 밀크셰이크를 긴 빨대를 이용해서 빨아먹는다. 아무런 죄책감 없이 돈을 벌기만 하면 되는 야만적인 당시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일라이와 플레인뷰는 닮았다. 둘은 모두 돈을 위해서라면 가리지 않고 뛰어든다. 일라이는 교회를 확장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 자신의 신을 부정하기도 한다. 일라이가 운영하는 사이비 종교는 사업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석유를 시추하는 플레인뷰와 사람들의 믿음을 시추하는 일라이는 닮았다. 즉, 일라이의 종교와 플레인뷰의 사업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플레인뷰가 추출하는 석유는 양면성을 가진다. 석유는 연료로 사용한다면 효율적이고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석유에 불이 붙는다면 한 순간 모든 것을 집어삼킬 재앙으로 변한다. 엄청난 효율을 낼 수 있음과 동시에 모든 것을 한 순간 잃을 수 있는 석유는 우리의 욕심과 닮았다. 욕망과 욕심을 적절히 활용하면 최고의 효율을 낸다. 그러나 그 욕심이 과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 마련이다.


 <데어 윌 비 블러드>가 명작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열연과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특유의 연출 때문이기도 하지만, 영화가 다루고 있는 이야기가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1890년대부터 1900년대 초반에 벌어진 일들이 현대 미국 사회를 꼬집고 있으며, 당시의 사람들이 현대인과 동치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화이트 러시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