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기적 해석가 Oct 16. 2021

하룻밤의 왕.

<코미디의 왕> 해석

 모두 한 번쯤, 자신이 꿈꾸는 모습을 상상하곤 합니다. 단순히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나는 상상을 넘어 자신의 성취와 성공까지도 말이죠. 1982년 작,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의 <코미디의 왕>은 이런 상상을 기반으로 탄생한 작품입니다. 미국의 유명한 스탠드업 코미디 쇼인 제리 랭포드 쇼. 루퍼트 펍킨은 랭포드 쇼의 호스트인 제리 랭포드를 따라다닙니다. 어느 날, 펍킨은 우연한 기회로 제리와 같은 차에 탑니다. 펍킨은 유명해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하죠. 그러나 제리는 무대에서의 모습과는 달리 차갑고 냉정합니다. 제리의 태도에 실망한 펍킨은 친구 셸리와 함께 제리를 납치할 계획을 세웁니다.


 <코미디의 왕>은 원리와 규칙을 강조합니다. 루퍼트 펍킨이 제리 랭포드의 차에 우연히 탑승하는 장면에서 제리는 "다른 사람을 차에 태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하죠. 또한, 제리와 펍킨과의 대화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는 바닥부터 천천히 기초를 다지며 오르는 게 규칙"이라고 합니다. 루퍼트가 제리의 사무실로 찾아갔을 때 하염없이 기다리는 펍킨에게 보안 요원이 다가와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Security Guard : If your name is not on the list, we cannot let you in. These are the rules and regulations of this place.

 보안 요원은 "약속을 잡지 않으면 들여보낼 수 없다는 규칙"을 설명하며 그를 쫓아내죠.  해당 장면들은 모두 정해진 규칙과 원리를 다룬 장면입니다. 그러나 펍킨은 지속적으로 규칙을 파괴합니다. 제리를 비롯한 사회는 이런 펍킨을 반복적으로 쫓아냅니다. 


 루퍼트 펍킨이 쇼에 오르기 전,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합니다. 심지어 펍킨이 랭포드 사무실로 전화했을 때 철자를 알려주지만 직원은 계속 틀립니다. 펍프킨, 펌프킨, 퍼퍼, 펌킨 등 말이죠. 이름은 인지도를 의미합니다. 이는 펍킨이 모은 연예인 서명 책과 같은 의미입니다. 펍킨은 리타와의 데이트에서 마릴린 먼로를 비롯한 수많은 배우들을 사인을 보여줍니다. 펍킨은 리타에게 본인의 사인을 주었습니다. 리타는 실망을 표하며 그로부터 벗어나려고 하죠. 유명한 사람들의 사인은 흥미롭게 바라보는 그녀이지만, 유명하지 않은 펍킨의 서명은 무시합니다. 사실 우리도 마찬가지이죠. 그러나 랭포드 쇼에 출연한 이후 유명해지자, 이름을 틀리는 경우가 없죠. 게다가 루퍼트 펍킨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Rupert Pupkin, ladies and gentlemen! Let's hear it for Rupert Pupkin!"이라는 말을 반복합니다. 이것이 사회의 규칙입니다. 우리는 피어나는 꽃은 이름을 모릅니다. 그저 다 똑같은 풀에 불과하죠. 그러나 꽃이 피고 난 이후 이름을 부르며 아낍니다. 하나의 보잘것없는 풀처럼 보이지만 화려한 장미가 피면 사람들은 그제야 알아보죠. 루퍼트가 즐겨 입는 빨간색 옷은 이런 그의 장미로서의 모습을 상징합니다. 루퍼트는 강렬한 빨간색 옷이나 포인트로 사용하지만, 그를 알아보기는커녕 이름조차 틀립니다. 


 영화의 말미는 루퍼트의 망상인지, 아니면 현실인지 알 수 없습니다. 관객이 마지막에 바라보는 루퍼트 펍킨 쇼는 루퍼트가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쇼일지도 모르죠. 그러나 상당한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음은 확실합니다. 사회가 규정한 규칙과 원칙을 파괴하고(납치라는 범죄도 사회가 정한 법이라는 규칙을 파괴하는 행위이다.) 무대에 선 그. 제리를 비롯한 사회는 규칙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보란 듯이 꿈을 이루었습니다. "난 평생 바보로 살기보단 하룻밤의 왕이 되고 싶다"는 말은 그래서 더 아이러니하죠. 


 루퍼트가 텅 빈 복도에서 관객의 모습으로 가득 찬 사진 앞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리허설하는 장면을 기억하시나요? 이 장면에서 중앙의 루퍼트를 기준으로 점점 줌 아웃이 되더니 웃음소리가 커지고 이내 루퍼트의 말은 들리지 않습니다. 이 장면은 루퍼트가 The king이 되고 난 상황과 일치합니다. 처음에는 루퍼트의 뒷모습, 즉 관객의 모습을 보여주더니 이후에는 루퍼트를 보고 있는 관객의 시선으로 보여주죠. 영화는 루퍼트의 입장에서 극을 진행하다가 유명해지고 난 이후 관객의 입장에서 극을 진행합니다. 이 기법을 사용한 이유는 루퍼트 또한 제리와 친해지고 싶어 온 한 명의 관객이었기 때문이죠. 누군가는 루퍼트 펍킨의 쇼를 보며 또 다른 펍킨을 꿈꿉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체크메이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