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정책'의 역풍...수수료 제한, 한국은 준비됐나

서용하 기자

by 뉴스프리존

미국과 유럽 엇갈린 해법의 교훈

공공앱도 기준 초과...법안 표류 가능성도

55555.jpg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배달앱 수수료를 15%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공공앱조차 이 기준을 맞추지 못해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은 같은 제도를 도입했다가 역풍을 맞았고, 유럽은 아예 다른 해법을 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착한 정책'이 언제나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라면서 단순한 숫자 제한이 아니라 시장 구조에 대한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美, 음식점 살리기 정책... 부메랑으로


코로나19 시기,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 미국의 주요 도시들은 배달앱 수수료율이 최대 35%까지 치솟자, 자영업자 보호를 명분으로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했다.


중개 수수료를 10~15%로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정책의 취지는 우리와 같았다. 음식점주들의 부담을 줄이고, 플랫폼 독과점을 견제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배달앱 업체들은 규제를 피해 소비자에게 추가 요금을 부과했고, 주문량은 줄기 시작했다.


뉴욕에서 도어대시는 ‘도시 요금’이라는 이름으로 2.5달러, 우버이츠는 2달러의 배달비를 새롭게 부과했다. 음식점의 비용은 줄었을지 모르나, 그만큼의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된 것이다.


777.jpg 이 논문은 음식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 상한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다. (사진=마이클 설리번 웨스턴온타리오대학교 교수)


플랫폼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배달앱은 노출 알고리즘을 체인점 위주로 바꾸고, 독립형 소상공인 매장은 점점 밀려났다.


체인점 주문은 오히려 증가했고, 소상공인은 더 큰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2023년 이후 미국의 대도시들은 이 상한제를 하나둘 철회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 정책은 음식점도, 소비자도, 배달앱도 누구 하나 웃지 못한 ‘착한 실패’로 기록됐다.


설리번 웨스턴온타리오대 교수는 "지난해 5월 수수료 상한제 관련 논문에서 상한제는 음식점 수익에는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소비자 가격 인상(7~20%), 주문량 감소(–7%), 플랫폼 가치 저하 등의 부작용도 함께 발생한다"고 밝혔다.


유럽은 미국과는 다른 접근을 택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은 수수료율을 직접 규제하기보다는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과 반경쟁 행위에 대한 구조적 대응을 중심에 뒀다.


‘누가 얼마를 버느냐’보다 ‘누가 어떻게 시장을 통제하느냐’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최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와 스페인의 글로보에 대해 시장 분할 담합 혐의로 약 4700억원(3억2900만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들은 서로의 핵심 시장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경쟁을 피하고, 독점적 수익을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럽은 수수료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인 플랫폼이 시장을 설계하고 지배하는 방식에 집중했다.


한국도 상한제 갑론을박...공공앱조차 20% 넘겨


정부는 7월 말까지 배달앱, 소상공인, 소비자단체 등과 함께 ‘상생 협의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요 쟁점은 자영업자들이 부담하는 수수료를 총 15% 이하로 낮추는 것이다. 하지만 공공배달앱조차 기준을 넘기는 상황에서, 상한제가 현실성 있는 해법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땡겨요’는 중개수수료를 2%로 낮췄지만, 고정 배달비 3300원, 결제수수료, 부가세 등을 합치면 최종 수수료율은 20.02%에 달했다. 아울러 소액 주문일수록 비율은 더 올라갔다.


결국 플랫폼 운영 현실과 제도 목표 사이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수수료 상한제는 한시적인 효과밖에 없다”라며 “플랫폼 간 출혈 경쟁, 소비자 가격 왜곡, 라이더 수익 구조 등 복합적 구조를 함께 들여다봐야 실질적 개선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단순한 수치 제한은 시장의 현실을 외면한 처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는 ‘15%’라는 숫자는 매력적으로 들릴 수 있다면서 ‘착한 숫자’는 ‘좋은 정책’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은 복잡하고, 이해관계는 얽혀 있어 한쪽을 무작정 누르면 다른 쪽이 터진다면서, 진짜 해법은 ‘가격 제한’이 아니라, ‘구조 개편’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22일 법안소위원회를 열고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와 온라인플랫폼법 입법을 논의하려고 했으나 막판에 무산됐다.


국회 정무위는 미국과의 통상 마찰을 우려해 오는 8월 임시국회로 법안 심사를 미루기로 했지만, 정부 관련 부처들이 난색을 보이면서 법안이 표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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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뉴스프리존(newsfreezo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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