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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조선, 美제재 반사이익 기대…中 제치고 수주할까

최용구 기자

by 뉴스프리존

머스크·에버그린·HMM 등 하반기 대규모 발주

고품질·빠른 납기 강점...10여% 뒤진 가격경쟁력

27.png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세계 최초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운반선 '로라 머스크호'.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주요 선사들이 하반기 컨테이너 선박 발주에 나선 가운데 한국과 중국의 조선업체 간 수주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업체들은 중국산 선박에 대한 미국의 제재 조치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면서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고품질과 빠른 납기 등 기존의 강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할 경우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업체를 넘어서긴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 점유율 2위 해운업체 머스크(Maersk·덴마크)는 1만8000TEU( 1TEU=20피트 분량 컨테이너 1대분)급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최대 24척(확정 14척·옵션 10척)에 대한 발주를 추진 중이다.


1만8000TEU급 이상의 대형 컨테이너선은 주로 유럽 노선에 투입된다. 따라서 미국에 입항하는 중국산 선박에 대한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제재 조치와 이번 발주는 관련성이 낮다는 시각이 많다.


USTR이 다음달 14일부터 부과할 입항 수수료는 중국 소유 및 운영 선박에 순톤수(화물이나 여객 운송에 실제로 사용되는 용적을 나타내는 지표) 당 50달러의 요금을 부과하고 매년 30달러씩 인상하는 내용이다. 중국이 건조한 선박에는 순톤수 당 18달러, 하역된 컨테이너 당 120달러의 요금을 부과하며 두 기준 중 더 높은 금액을 적용한다. 부과 횟수는 연간 최대 5회까지다.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한·중 업체 간 입찰 가격의 차이는 약 10~15%까지 벌어져 있다. 중국산에 대한 부담이 적은 크기의 선종일 경우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업체의 수주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실제 글로벌 3위 선사 씨엠에이씨지엠(CMA CGM, 프랑스)은 지난달 중국 다롄조선소에 2만2000TEU급 컨테이너선 10척을 대량 발주했는 데, 발주에 앞서 국내 조선 3사(HD현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에도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일각에선 한·중 간 선박 가격 차이, 입항 수수료 조건, 트럼프 2기 정부의 임기 등을 고려한 선사들이 중국 쪽에 계속 발주하는 것을 이득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글로벌 선사 순위 7위 에버그린(Evergreen Line, 대만)이 발주하려는 1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12~14척도 하반기 주요 물량으로 꼽힌다. 지난달 해운 전문지 트레이드 윈즈(Trade Winds)보도에 따르면 에버그린은 해당 물량의 발주를 놓고 한국, 중국 조선소와 각각 접촉 중이다.


1만4000TEU급의 경우 미주 노선에 입항이 가능한 크기이기 때문에 중국산 선박에 대한 제재 이슈와 밀접히 관련된다. 이에 입찰 경쟁에서 국내업체들이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 있지만 단정지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8위 에이치엠엠(HMM, 한국)이 발주를 추진 중인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은 국내업체의 수주가 예상된다. HMM은 지난달 말까지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을 대상으로 입찰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음달 USTR의 중국산 선박 제재 본격화를 앞두고 컨테이너선 발주에 대한 선사들의 고민도 깊어진 모습이다.


글로벌 해운업체 한 관계자는 “중국업체를 견제하는 액션들이 많이 있지만 경제적인 논리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중국업체를 무조건 기피할 수는 없다”면서 “합리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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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뉴스프리존(newsfreezo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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