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미안했어.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란다.

by 유미애

윤!


엄마가 살면서 너에게 정말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한 적 있단다. 엄마로서 자격 부족이었고 미숙함의 절정을 이룬 사건이었지. 네가 초등학교 5학년 때였어. 이 이야기를 너에게 꺼내는 것조차도 미안해. 그때 엄마가 회사 일로 연수를 다녀왔던 토요일이었어. 네가 학교에 가지 않아서 물어봤더니 아빠가 대신 말을 해줬지.


“학교 가기 싫다고 해서 그냥 놀라고 했어. 애들이 학교 가기 싫을 때도 있지.”


너는 학교 가는 대신 아빠와 신나게 놀았다고 하더라. 아빠와 신나게 논 것까지는 좋지만 왜 학교에 가지 않았는지 이유는 알아야 하잖니? 네가 학교생활을 좋아했고 전교 부회장 선거에 나간다고 선거 캠페인까지 했는데 갑자기 학교에 안 가겠다니 엄마는 이해가 되지 않았어. 너에게 물었더니 너와 친했던 친구가 너를 힘들게 해서 학교 가기 싫다고 했지. 자세한 얘기는 엄마도 말하고 싶지 않구나. 네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 아이 이름을 들으면 경기할 정도였으니 말이야.

그 말을 듣고 엄마는 네 힘듦을 공감해 주지 못하고 네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말을 했지.


“혹시 네가 뭐 잘못한 거 있니?”


너는 이 말을 듣고 많이 울었고 오랫동안 엄마를 미워했단다. 엄마의 큰 실언이었어. 친구 문제로 힘들어하는 딸에게 엄마가 할 말은 아니었어. 이 말은 두고두고 후회한단다. 먼저 힘든 네 마음을 공감해주고 위로해 줘야 하는 데 엄마가 왜 저 말을 입 밖에 냈는지 참 무식한 엄마였구나. 엄마는 이 말을 한 것을 평생 후회하며 살게 될 거야. 그 후 엄마는 부모교육전문가가 되었고 대화법을 배우면서 너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었고 부모로서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했는지 얼마나 심각한 말을 했는지 그때 알았지. 미안하고 또 미안해.

너는 이 일로 학교 다니는 것을 힘들어했고 잠시 모든 게 시들해졌지. 학교 임원도 하지 않겠다고 했고 조용히 학교만 다녔단다. 적극적이고 리더십 있고 늘 밝게 웃던 아이가 다른 아이가 되었지.


“용서해다오.”


이 말을 하는 것조차 미안하지만 진심으로 사과할게. 용서해 줄래. 유행가 가사 중에 이런 내용이 있더라. 엄마가 너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야.


그랬었구나 내가 그랬었구나

마음에 상처 주었었구나

그랬었구나 내가 그랬었구나

깊은 실망을 안겨 주었었구나

미안하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낙천적이고 마음 넓은 딸!

우리 곁에 늘 있는 공기와 물처럼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존재가 가족인데 늘 곁에 있기 때문에 소중한 줄 모르고 함부로 대하고 함부로 말하는 것이 습관이 되는 경우가 있단다. 엄마도 그랬어. 가족이 힘들 때는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데 그러지 못했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때의 너를 생각하니 눈물이 고인다.

네가 가족을 이룰 때는 엄마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길 바랄게. 서로 존중하고 특히 아이가 태어난다면 어리다고 절대로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단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소중한 하나의 인격체란다. 어른을 대하듯 존중해서 말하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수용해 줘야 하는 거란다. 엄마는 모든 것을 너무 늦게 알았고 큰 아이인 네게는 많은 상처를 주었단다. 정말 미안해.


18년이 흐른 지금 그 흔적이 희미해진 것 같지만 네가 힘들 때는 마음속 주머니에 깊이 숨어있는 그 아이가 올라오는 것을 엄마는 느낀단다. 외국에서 사는 네가 힘들고 외로울 때, 엄마한테 서운할 때 그 감정이 올라온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지. 이 일로 너도 많이 아프고 엄마도 아팠단다.


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실수했다고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사과하면 내 마음에 남아있는 점 같은 상처가 치유될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어. 엄마는 네가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사람이 되길 기도 하마. 미안하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