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

by 유미애

윤!


중학교때 너는 학원에 다니지 않고 혼자 공부를 했다. 평소에는 공부를 하지 않았지만, 시험 며칠 전에는 무섭게 공부를 했지. 그때 엄마와 아빠는 공부에 몰입하는 네 모습을 보고 많이 놀라고 감탄했단다.

너는 저녁을 먹고 동생들과 잠시 놀다가 네 방으로 들어가면 책상에 앉아서 다음 날 아침까지 꼼짝하지 않고 앉아서 공부를 하더라. 처음에는 밤을 새우는 너를 혼자 두고 잘 수가 없어서 거실에서 함께 밤을 새웠다. 공부를 하면서 가끔 우리를 찾았지.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배가 고프다고 말하면 간식을 넣어주었고 모르는 것이 있을 때는 설명을 해주었다. 너는 우리를 선택해서 불렀지. 수학과 다른 과목의 설명이 필요할 때는 엄마를 찾았고 영어를 모를 때는 아빠를 찾았어. 아빠는 네가 영어를 모를 때 자신을 찾는 것을 아주 기뻐했단다.

너는 시험 기간 동안 아침이면 학교에 가고 돌아와서 깊은 잠에 빠졌다가 다시 일어나서 아침까지 공부하기를 반복했단다. 이게 네 공부 스타일이더라. 엄마는 네가 평소에 꾸준히 하기를 바랐지만 너는 네 스타일을 유지하려고 했지. 너는 학교 다녀온 후 잠을 자니까 괜찮은데 우리는 함께 밤을 새우고 낮에는 잘 수 없으니 꼴이 말이 아니었고 견디기가 힘든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엄마와 아빠가 돌아가면서 밤을 새우며 너와 함께 하기로 했지. 네가 학교 다니는 동안 시험 기간이면 이 상태가 유지되었다. 지금 생각하니 네 교육에는 열성적으로 함께 했던 것 같아. 네가 이런 걸 기억하고 있을까? 물론 기억하지 않아도 된단다. 우리가 첫아이에게 줬던 순정이었으니까. 참고로 네 동생이 공부할 때는 엄마와 아빠는 잠을 잤단다.


너는 시험 결과로 우리를 기쁘게 했단다. 네가 중학교 입학할 때 대부분의 아이들이 일찍부터 영어학원을 다니고 어느 정도 수준이 있는 상태에서 중학교를 들어갔지만 우리는 나름의 공부에 대한 철학을 가졌고 학원을 보내지 않았지. 겨우 알파벳만 알고 들어간 네가 첫 영어시험부터 100점을 받아왔지. 너도 그 점수에 놀라서 엄마에게 했던 말이 기억난다.

“엄마, 나는 영어 하나도 모르고 중학교 입학했는데 100점 맞았어.”


너도 시험 결과에 아주 기뻐했단다. 어학 계열에는 빠른 습득을 했던 아이라 영어에도 같은 반응을 보였고 밤을 새워 공부한 결과이기도 했지. 우리가 함께 얼마나 기뻐했는지 기억나지.


사랑하는 딸!

너는 안해서 그렇지 한 번 한다면 하는 애란다. 처음 한글을 배울 때처럼 네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몰입하는 사람이지. 네가 다시 어떤 일에 이렇게 몰입을 하게 될지 엄마는 아주 궁금하단다. 그날이 언제가 될지 기다려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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