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네가 입학하는 것에 우리는 무척 들떠있었단다. 입학 준비를 위해 우리 가족은 백화점 세 곳을 돌았어. 압구정 현대백화점과 잠실 롯데백화점, 천호동 현대백화점을 돌며 네 책가방과 옷을 여러 벌 샀지. 백화점을 그렇게 많이 돈 이유는 네 초등학 입학으로 책가방을 사기 위해서였단다. 롯데백화점과 압구정 현대백화점까지 갔는데 너는 마음에 드는 가방이 없다고 했지. 우리는 천호동 현대백화점까지 갔단다. 그때는 엄마·아빠가 젊고 유능했으니 네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해주려고 했어. 천호동 현대백화점에서 쇼핑하더니 너는 그 자리에서 마음에 드는 가방과 신주머니를 샀고 엄마와 네가 마음에 드는 옷도 여러 벌을 샀단다. 공책과 필통 등 학교 갈 때 필요한 것을 샀단다.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샀으니 너는 무척 좋아했고 엄마도 행복했어.
엄마가 네게 물질적으로 풍족하게 해 주었지만 너를 내 스타일로 키우려고 해서 미안했단다. 나의 네모난 틀에 너를 맞추고 조금만 벗어나도 그 틀 안에서 움직이기를 바랐지. 대표적인 것이 네 옷을 살 때였다. 네가 초등학생 때 입었던 옷은 고상하고 세련된 스타일의 브랜드 옷이었는데 네 취향이 아니라 엄마의 눈높이에 맞춘 옷이었단다. 색은 주로 무채색 계열이지만 디자인이 특이하고 예쁜 옷이라 너도 좋아했단다. 아니 좋아하는 줄 알았지. 6학년 졸업할 때 중학교에 가기 위해 옷과 가방을 준비할 때 네가 한 말에 엄마는 후회를 많이 했단다.
“엄마, 나도 분홍색 예쁜 색깔 옷 입고 싶어.”
그 한 마디에 번쩍 깨달음이 왔단다. 엄마의 취향대로 너를 키웠다는 생각에 미안했어. 그 후 중학교 입학할 때 네가 원하는 대로 분홍색 겨울 코트와 베이지색 코트 두 가지를 사줬는데 너는 고등학교까지 6년을 거의 분홍색 코트만 입고 다녔단다. 보통은 중·고등학생들이 짙은색 코트를 입지만 너는 남의 눈 아랑곳하지 않고 그 분홍색 코트를 참 잘 입고 다녔지. 얼마나 분홍색 옷이 입고 싶었으면 그랬을까 싶어서 안쓰럽기까지 했단다. 그 코트를 오래 입어서 소매 부분이 닳아서 검은색 코트를 사줬는데 입지 않더라. 본전 빼고도 남은 분홍색 코트를 보면서 네 동생들은 그렇게 키우지 않아야겠다는 생각 했고 걔네들은 자신의 취향대로 옷을 입혔단다. 네 덕분에 엄마가 세상을 보는 틀을 크게 가질 수 있었어. 고마워.
사랑하는 윤!
엄마는 너를 자율적으로 키웠다고 생각하지만, 은근히 엄마 스타일로 키웠다는 걸 늦게 알았지. 다행히 네가 잘 따라와 주었고 엄마의 기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아. 그런 면에서 보면 너를 키우는 것은 참 편했어. 네 옷 입히는 스타일에서도 알겠지만, 어린아이라도 엄마의 의견보다 아이의 의견과 아이가 움직임이 편한 옷을 입히는 게 맞는 거야. 너는 네 아이를 키울 때 엄마처럼 틀을 만들어 가두지 않기를 바랄게.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틀을 깨부숴야 아이는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란단다. 아이들의 생각이 훨훨 날 수 있단 얘기지. 누구보다 네가 이 말은 잘 이해하리라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