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면서 겨우 게으름에서 빠져나왔다. 나는 게으름을 껴안고 사는 사람이다. 그래서 자기 선언을 끝없이 한다. 다행히 선언하면 말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는 사람이라 잘 지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 내 책을 읽고 진짜로 새벽 시간에 일어나서 글을 쓰냐고 묻는 독자도 있다. 100%는 아니라고 말한다. 잘 지켜지다가 게으름이 나를 휘감아 버리면 난 맥을 못 춘다. 강의가 끊임없이 많을 때는 그것이 잘 지켜진다. 바쁘면 탄력을 받아서 정신없는 와중에도 칼같이 모든 것이 잘 지켜진다. 문제는 여유로움이 길어지면 와르르 무너진다.
10월에 코로나가 잠잠해질 때 그동안 못했던 강의가 쏟아졌다. 하루에 2개, 많을 때는 3개씩 잡혀있었다. 이렇게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의뢰하는 학교와 기관에서 모두 나의 일정에 맞춰서 해줘도 괜찮다는 말을 듣고 강의 일정을 잡았기 때문이다. 올해 잠시 열정적으로 강의를 했고 힘들었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
다시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 삶 속으로 더 깊이 침투했고 12월 둘째 목요일부터 방송 강의 2건을 제외한 모든 강의가 취소되었다. 12월 10일 강의가 취소된 날부터 오늘 오전까지 나는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살았다. 두 달을 강의하느라 정신없이 보냈고 에너지를 많이 소비했다. 내 몸이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다. 그동안 내가 한 것이라고는 11월에 써두었던 딸을 위한 결혼선물을 브런치에 올리는 것과 블로그에 가볍게 포스팅하는 것 그리고 잠시 아들과 양평으로 1박 2일 여행 다녀온 것이 전부다.
내 몸이 원하지 않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전기장판을 깔아 둔 매트 위 이불속에서 자다 깨다 폰을 가지고 놀았다. 그 속에서 싱어게인 63호 이무진의 노래를 듣다 배가 고프면 이불속에서 기어 나와 음식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또 이불속으로 기어들어 갔다. 15일 동안 생산적인 일은 1도 하지 않았지만 잠시 애쓴 내 몸이 충분한 회복을 한 시간이기도 하다.
게으름의 수렁에 빠져있을 때 글을 전문으로 쓰는 작가처럼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몇 번 올라왔지만 게으름을 이기지 못해 쓰지 못했다. 브런치 글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생각 든다. 블로그에는 쓰지 못하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곳에 내 감정을 토해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부터 주 5회는 새벽 글쓰기를 하겠다고 브런치에 다짐한다. 나는 글을 쓰는 전문작가가 아니다. 한 번도 글을 잘 쓴다고 생각을 해 본 적도 없다. 글을 쓰고 부끄러움을 느낄 때가 더 많다. 운 좋게 기획 출간을 했을 때도 기쁨과 함께 발가벗겨진 나의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부끄러웠다. 나만 이 감정을 느끼는 건지 책을 낸 다른 작가님과 브런치에 자신의 얘기를 글로 옮기는 작가님도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궁금하다.
지금 게으름의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왔고 다시 글을 쓰기로 했다. 내가 쓴 글을 보고 스스로에게 느끼던 부끄러움도 조금 나아지는 단계다. 다시 시작한 글쓰기가 형편없더라도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심한다. 브런치 작가님의 글을 읽고 용기내고 위안 삼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