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네가 태어나는 날까지 엄마는 일했었어. 예정일보다 3주가 넘게 남았는데 갑자기 배가 아팠고 네가 곧 태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단다. 택시를 타고 병원까지 가는 중에도 통증이 심해서 기사님과 엄마는 택시에서 아기를 낳을까 봐 아주 불안했단다. 다행히 산부인과에 잘 도착했고 그때는 통증이 극에 달했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곧 네가 태어난다는 의사 선생님의 진단으로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어. 기다리는 동안 산통이 계속되었고 엄마는 무식하게도 아픔을 참았단다. 고함 한 번 지르지 않고 이를 꽉 다물고 있으니 할머니께서 소리 내라고 이를 다물고 있으면 이가 다 상한다고 걱정을 하셨다. 그렇게 말씀하셔도 엄마는 소리를 지르지 못했어. 그때 왜 고통을 그렇게까지 참았는지 지금 생각하니 엄마 스스로가 이해가 안 되네. 병원에 도착한 후 2시간 30분 동안 진통이 이어지자 친할머니께서는 생계란을 먹으면 아기가 쉽게 나온다고 엄마에게 먹였다. 엄마는 생계란을 먹어본 적도 없고 원래 비위가 약해서 먹고 싶지 않았지만, 시어머니의 말씀에 거절하지 못해 생계란을 먹고 그 자리에서 다 토했단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니 속이 메스꺼울 정도로 싫구나. 산통과 비린내로 엄마는 더 고통스러웠어. 의사 선생님께서 엄마의 상태를 보신 후 골반이 약해서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셨지.
엄마는 살면서 수술을 받아본 적이 없고 너를 자연분만하고 싶은 나름의 꿈이 있었어. 의사 선생님께 자연 분만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산모도 아기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말에 엄마는 대범하게 말을 했단다.
“전 괜찮으니 아이만 살려주세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알 수가 없어. 지금이라면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제왕절개를 했을 텐데 말이야. 엄마의 무모한 용기에 선생님은 조금 더 견뎌보자는 말씀을 하셨고, 30분 후 자연분만으로 네가 태어났단다. 자연분만을 하고 싶다는 엄마의 소원을 네가 들었는지 정확하게 30분 후에 2.8kg의 작지만 건강하고 예쁜 네가 태어났어. 간호사는 갓 태어난 너를 엄마에게 보여주었는데 한눈에 너를 다 관찰했단다. 얼굴과 손가락과 네 모든 것이 정상인 것을 확인한 후 너를 낳느라 겪었던 고통은 싹 사라졌단다. 아름다운 생명체를 낳았다는 사실에 스스로 감탄에 빠졌고, 신기하고 신비롭고 눈을 감고 가만히 있는 네 모습에 감사 기도가 절로 나왔어.
“하느님! 감사합니다.”
태어나고 처음으로 진심을 담아 신에게 감사기도를 했단다.
누군가가 나에게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인가요?”라고 묻는다면 단 1초의 망설임 없이 “아이 셋 낳은 것입니다.”라고 대답할 거야.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불변의 답이란다. 이렇게 소중한 존재, 가장 큰 선물을 받고 너를 잘 키울 것으로 생각했지만,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고 연습 한번 해 보지 않고, 공부하지 않고 엄마가 되었기에 늘 어설프고 부족한 엄마였다는 건 내가 말하지 않아도 네가 더 잘 알지. 서운한 것이 있다면 넓은 마음으로 용서해다오.
사랑하는 나의 딸!
네가 아이를 낳고 키울 때,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며 살기를 부탁해. 혼자 모든 고통을 안고 갈 생각을 하지 말고 가족끼리 사랑도 고통도 함께 나누며 살기를 바란단다. 고통은 나누면 줄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단다. 늘 가족과 함께하길 바란단다. 엄마가 어떤 마음으로 이 말을 하는지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