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모든 것이 너를 통해 처음이었어. 공부와 직장생활만 하다가 결혼을 했고, 외할머니의 말처럼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살림을 어떻게 살지 걱정인 체로 결혼생활을 했단다. 친정은 멀리 있고 마음 나눌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 힘들었지. 그 상황에서 네가 태어났고 너는 나의 자식이고 친구이고 위안을 줄 대상이었어. 그 대상을 보살피고 함께하는 것은 기쁨이기도 했고 힘들기도 했단다. 밥을 해본 적도 없던 엄마가 밥을 하고 반찬을 하고 살림을 살기 시작했단다. 그런 것쯤은 못 하면 사 먹으면 되는데 문제는 네가 태어나고 너를 키우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설 때는 혼자 울기도 했단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으니까 신기하기도 했지만 두렵기도 했고 힘들기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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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낳은 후 외할머니께서 산후조리를 해주셨지. 외할머니께 너를 씻기는 방법, 기저귀를 채우는 방법 등 모든 것을 배웠지만, 할머니께서 가신 후 혼자 너를 씻기는 것은 무척 힘이 들었단다. 네가 추울까 봐 방에서 목욕을 시켰는데 큰 대야에 따뜻한 물을 가득 담고 너를 헹굴 물을 옆에 준비하고 목욕을 시켰어. 목욕 후 혼자서 너를 챙기고 방에 물기를 닦아내고 정리를 했단다. 그리고 네게 우유를 먹이고 네가 벗어 놓은 옷과 수건을 손빨래했단다. 그때를 생각하니 억척스럽게 살았던 것 같아. 아빠가 오실 때까지 기다렸다가 함께 해도 되는데 빨리 너를 씻기고 개운하게 자는 네 모습이 좋아서 혼자서 무리를 했던 것 같아. 그럴 필요까지 없었는데 말이다. 물론 네 아빠와 함께 자주 너를 목욕시키기도 했단다.
모유를 먹이는 게 좋다는 말에 너에게 젖을 물리고 있으면 모유가 잘 나오지 않아서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 3주 정도 우유와 함께 먹이다 결국은 모유 먹이기를 포기하고 우유를 먹이기로 했지. 다행히 너는 별 무리 없이 우유를 잘 먹었단다. 지금 이 글을 적다 보니 네가 모든 것에 잘 적응하는 순한 애로 자랐다는 게 느껴지는구나. 엄마로서의 역량이 부족한 나를 아기인 네가 잘 봐준 것 같은 느낌이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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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아기였을 때는 네가 낮과 밤이 바뀌어 엄마가 아주 힘들었단다. 낮에 너를 데리고 일을 하고 피곤한 몸으로 누워 잠시 잠이 들었다가도 네 기척이 들리면 자동으로 일어나는 것이 신기했지.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아기를 키울 때는 초인적인 힘이 생기는 것 같더라. 그게 바로 모성애라는 것이고 엄마는 모성애가 넘치는 사람이라는 것을 너를 통해 알았어. 낮과 밤이 바뀐 것 외는 별 탈 없이 무럭무럭 잘 자라주었단다.
어느 날 뒤집기를 할 때, 기어가기 시작할 때 우리는 손뼉을 치며 환호했지. 그러면 너는 그 모습을 보고 씩 웃고 다시 도전했단다. 그러다 드디어 서는 것에 도전하더라. 네 기저귀를 말리느라 방에 빨래건조대를 뒀는데 그걸 잡고 일어난 네 표정은
“엄마, 아빠! 저 혼자 일어났어요. 칭찬해 주세요.”
라고 말하는 것처럼 우리를 보고 활짝 웃고 있었지. 우리는 손뼉을 치고 환호하고 동네가 떠나갈 듯이 기뻐했단다. 친정이고 시댁이고 전화를 해서 네가 일어섰다고 아주 대단한 일을 해낸 것처럼 동네방네 자랑했어. 엄마, 아빠를 크게 감동을 줬으니 대단한 일을 한 거지. 그렇게 너는 걸음마를 시작하고 우리는 내 앞에 서서 손뼉을 치며 하나, 둘, 셋...... 을 외쳤단다. 너는 활짝 웃으며 나에게 와서 꼭 안겼지. 그때 잘했다고 아주 잘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단다. 넌 폭풍 칭찬을 들으며 자랐어.
고개를 들고 뒤집고 기어가고 일어서고 네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호들갑을 떨며 칭찬을 아끼지 않던 우리는 어느 순간 칭찬에 인색해지고 모든 것에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순간이 왔던 것 같아. 지금 생각하니 부모의 갑작스러운 변신에 너도 표현을 못 했지만 당황스러웠을 것 같아. 네가 성인이 될 때까지 아니, 성인인 지금도 늘 관심을 두고 칭찬을 해줬어야 하는 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나의 사랑하는 딸!
서른 살 엄마가 너를 통해 겪는 모든 것은 처음이었어. 미숙하고 두렵고 많이 부족한 엄마였지만 힘든 순간에도 온 힘을 다하려고 노력했단다. 더 잘해 줄 걸 하는 아쉬움이 늘 현재 진행형인 엄마의 이런 마음 네가 알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