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나'자식
육아/육묘 이야기 '오늘의 자식'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시시각각 변한다.
내일이 어떨지 예측해볼 수 있지만 실제로 어떨지는 닥쳐봐야만 안다.
마치 날씨 같은 육아의 주인공, 오늘의 내 자식들.
아이를 낳아 키우다 보니 생활을 기록하던 SNS가 아이 관련 내용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산발적으로 흩어지는 기록이 되기 보다는 뭐 하나로 묶어놓기는 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해시태그를 만든게 '#오늘의자식'이다.
그러면서 살다 보니 내 얘기를 할 때는 '#오늘의 나자식'이라는 해시태그도 이따금 달게 되었다.
사진과 요약글로 기록하기 시작한 우리 가족의 단상은, SNS에서 시작해 브런치로 왔다.
사실 처음에는 내 일상을 기록하는 데에 자꾸 아이 아픈 이야기가 묻어나오는 게 싫었다.
내가 남의 육아 에세이에 관심이 없듯이 나도 그런 걸 쓸 생각이 없었는데, 하물며 볼수록 마음 무거워지는 아픈 아이 이야기라니.
그런데 내 현재 삶 자체가 아이 둘 키우는 워킹맘인데다 회사 얘기를 딱히 하지도 않으니, 일상 기록물을 쓰면서 애들 얘기가 안 나오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그냥 내려놓고 손 가는 대로 맘 가는 대로 쓰게 된 게 현재까지의 기록이다.
그런데 이렇게 그날그날 새롭고 괴롭고 행복하게 '오늘의 자식'들을 키우면서 깨닫는 점이 있다.
바로 '아이들이 나를 자라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내 삶의 모든 동기부여이자 희망이자 책임이다.
그래서 나를 끊임없이 부딪히고 성장하게 한다.
- 재테크에 눈을 떴다. 월급 모아 대출갚기 말고는 할 줄 아는게 없던 내가 '아이를 낳아 키우려면 돈이 필요한데 어떻게 하지?' 라는 고민을 시작한 덕에 결국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었다.
- 회사가 내 삶의 최우선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삶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다른 부분이지만, 가정을 꾸린 나는 가족이 삶과 건강이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걸 내 아이들이 알려주었다.
- 논픽션 아닌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기사나 감상평, 에세이 등을 써왔지 이야기 창작은 매우 어려웠던 내게 이야기의 모티브가 되어준 게 바로 내 두 아이들이다.
-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영아들이 보는 유튜브 영상을 보며 영어 동요를 듣고 불러보고, 가사를 외운다. 내 아이들과 함께 부르기 위해서. 더 나중에 가서는 혹시 우리가 한국에서 살기 어려워지거나 생계를 위해 영어를 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서.
- 짧은 몇 년 동안에만도 이 정도인데, 앞으로도 내 아이들은 나를 수없이 자라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집에는 날씨처럼 시시각각 다채로운 '오늘의 자식'인 첫째와 둘째가 있다.
그리고 뿌리 깊은 잡초처럼 끊임없이 되살아나고 성장하는 '오늘의 나자식'이 있다.
내가 그들을 키우고, 그들이 나를 다시 자라게 한다.
이것은 내가 살면서 보고 듣고 겪은 모든 것들 중 가장 아름다운 선순환이다.
내일 맑든 흐리든 비가 오거나 천둥이 치든, 우리는 또 같이 자라난다는 사실이 참 감사하고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