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 끈

이혼 후 아파트 매매하다

by 버치카

어쩌면 그녀는 실재하는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부동산 사기를 당하고 있는 중일지도 몰랐다.
그녀의 거주지가 땅끝 해남이라는 점도 의심스러웠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깨고, 그녀는 모습을 드러냈다.

1967년생 여성. 화장기 없는 얼굴에 손질되지 않은 짧은 머리.
실용적인 옷차림에 깨끗한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그녀는 내게 분양권을 양도하기 위해 이곳까지 왔다.



우리가 함께 가는 곳은 강남의 농협은행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그녀에게서 대출을 승계받아야 했다.
광교역에서 만나 신분당선을 타고 함께 이동했다.

지하철 안에서 그녀가 물었다.

“어떻게 집을 사게 됐어요?”

“이혼했어요.”

짧게 대답했을 뿐인데,
그녀는 갑자기 자신의 인생을 열성적으로 풀어놓기 시작했다.

미혼인 그녀는 어린 나이에 대기업에 입사했고, 오랜 시간 급여를 저축했다.
회사에서 받은 주식은 크게 올랐다.
지금은 퇴직한 상태로 수도권에 집이 몇 채 있지만,
결국 자연이 좋아 전라도에서 어머니와 살고 있다고 했다.

“아가씨는 직업이 뭐야?”

“공무원입니다.”

“공무원 좋지. 대기업은 아무리 날려도 결국 밀려나게 돼. 여자는.”

“그래도 공무원은 주식도, 돈도 안 주잖아요.”

“그래도 여자는 남자 없이 살려면 직장이 있어야 해.
그리고 또 하나, 돈 공부를 해야 하고.”

“저보고 주식을 하라는 말씀이세요?”

“…아가씨는 주식을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긴 해.”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는 다른 입장이었다.
그녀는 집을 파는 쪽이었고, 나는 사는 쪽이었다.
그녀에게 그 집은 이윤이 없거나 손해일 집이었고,
나에게는 그런 집이라도 필요했다.

“그래도 집은 하나 있어야 해.”

그녀는 약간 설득력이 떨어지는 목소리로 말을 마무리했다.



은행에서의 업무는 간단했다.
에어컨이 센 건물 안에서 피부가 말끔한 남자가
서명할 곳을 하나씩 짚어주었다.

우리는 얌전히 앉아 주민등록번호를 쓰고, 주소를 쓰고, 도장을 찍었다.
그녀의 민첩한 손놀림을 보며
정장을 입고 회사에서 일하던 시절의 그녀를 상상했다.

그에 비해 나는 버벅거렸고, 도장을 지저분하게 찍었다.
그녀는 나를 보며 혀를 찼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나를 속일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녀를 배웅하며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는데,
그녀가 갑자기 허리를 숙여 내 운동화 끈을 묶어주었다.

“아침부터 계속 신경 쓰여서 그래.”

아, 이 신발끈.

나도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묶어도 묶어도 계속 풀려서,
언젠가부터 포기하고 두었던 끈이었다.

그녀는 리본을 만들고, 그 위에 한 번 더 리본을 만들었다.
두 겹의 매듭이었다.

“나는 항상 이렇게 묶어요. 그러면 절대 풀릴 일이 없어.”

그녀는 다시 해남으로 내려간다고 했다.

계약이 끝났다는 사실이,
내게 진짜 집이 생겼다는 사실이
한동안 실감 나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도 나는 그녀가 알려준 방법대로 운동화 끈을 묶었다.
정말로 오래도록 풀리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말한 대로 직장을 계속 다녔고,
주식은 최소한으로 했으며,
집은 오래 보유할 작정이다.

집값은 조금 올랐다.
흉흉한 소문이 많은 브랜드의 아파트지만
아직 끔찍한 하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조경은 번성했고, 커뮤니티센터도 성황을 이뤘다.

이제 나는 더 이상 그녀의 방식으로 끈을 묶지 않는다.
튼튼하긴 하지만, 외적으로 아름답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는 유행을 타는 예쁜 운동화와
풀리지 않는 신발끈을 가지고 있다.

왜 그때는 운동화 끈마저 말을 듣지 않았을까.

그리고 요즘은 슬슬 집을 팔아볼까 생각한다.
누가 내 집을 사게 될까.
익명의 누군가에게,
집과 함께 습관을 의도치 않게 넘겨주게 될지도 모른다.

작가의 이전글탁구대 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