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위에서 너를 생각했다

by 전소현

구름 위에서 너를 생각했다


가끔 이런 날이 있다.

문득 누군가가 생각나는 날. 그 사람의 얼굴이 구름처럼 머릿속에 떠올라서, 한참 동안 거기 머무는 날.

이 그림을 그린 건 그런 날이었다.


시선이 닿는 곳엔 어린왕자의 장미를 상징하는 리본꽃. 그 안에 누군가의 얼굴이 담겨 있다. 직접 곁에 있는 게 아니라, 생각 속에만 존재하는 얼굴.

그 사이로 하트들이 조용히 흘러내린다.

소리도 없이, 서두르지도 않고. 그냥 흐른다.

그리움이란 게 꼭 어느 순간 조용히 고여 있는 것. 내가 의식하기도 전에 이미 거기 있는 것.


사랑한다는 말보다 그립다는 말이 더 어려울 때가 있다.

사랑은 현재형이지만, 그리움은 거리를 전제로 한다. 시간이든, 공간이든, 혹은 더 이상 닿을 수 없는 어떤 이유든. 그리움은 그 거리를 고스란히 품은 채로 존재한다.

플라톤은 사랑을 결핍에서 오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것이 지금 내 곁에 완전히 있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그래서 어쩌면 그리움은 사랑의 가장 솔직한 얼굴일지도 모른다. 가지고 싶은데 가질 수 없는, 닿고 싶은데 닿을 수 없는, 그 거리를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향하고 있는 마음.


구름 위엔 립스틱과 콤팩트가 흩어져 있다.

꾸미고 싶었던 마음. 누군가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었던 마음. 그 사람을 만나기 전에 거울을 들여다보던 시간들. 사랑은 언제나 그런 작은 행동들 안에 숨어 있다. 대단한 고백이 아니라, 그 사람을 위해 리본을 한 번 더 매만지는 것. 그 사람이 좋아할 것 같아서 괜히 예뻐 보이려 하는 것.

그리움 속에서도 세상은 계속 움직인다. 혼자 구름 위에 앉아 누군가를 생각하는 동안에도, 주변은 살아있다. 그게 또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 내가 멈춰 있는 것 같아도, 세상은 나를 두고 가지 않는다는 것.


생각해보면 그리움은 나쁜 감정이 아니다.

그 사람이 내 안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증거니까. 기억이 흐려지거나 마음이 식으면 그리움도 사라진다. 누군가가 그립다는 건, 아직 그 사람이 내게 살아있다는 뜻이다.

생각 속에 누군가가 있으니까. 하트가 흘러내리고 있으니까. 그 조용한 그리움이 오히려 충만하게 느껴진다.


가끔은 그냥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사람이 있다.

만나지 않아도, 연락하지 않아도, 그냥 구름 위에 앉아 말풍선 속 얼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 마음이 이미 하나의 사랑이라는 걸, 이 그림을 그리면서 다시 생각했다.

그립다는 건, 아직 사랑한다는 말이니까.



작가의 이전글결국 우리는 하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