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것은 빛이다

by 전소현

모든 것은 빛이요, 시뮬레이션이다


분홍빛 토끼가 빗자루를 타고 허공을 떠돈다.

구름은 구름이되, 그 안에는 노란 숫자들이 가득하다. 0과 1. 0과 1. 세상의 모든 것을 두 개의 기호로 환원하는 언어. 콘센트는 연결을 기다리고, 플러그는 허공에서 춤을 춘다. 빛의 별들이 사방에서 조용히 터진다. 보고 있으면 귀여운데,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서늘하다.

이것은 현실인가, 아니면 계산인가.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가 느끼는 따뜻함, 슬픔, 어떤 오후의 노란 빛깔 이것들이 전부 정보라면 어떨까. 0과 1로 쓰인 문장이라면. 그렇다면 이 세계는 누군가의 거대한 코드이고, 우리는 그 안에서 살아 숨 쉬는 변수들인 셈이다.


빛은 파동이자 입자다. 보는 방식에 따라 다른 얼굴을 가진다. 시뮬레이션도 그렇다. 가짜라고 불러도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진짜이고, 허구라고 해도 우리가 나누는 온기는 실재한다. 그렇다면 ‘진짜’의 기준은 어디에 있는 걸까. 물질인가, 경험인가, 아니면 연결인가.

나는 그림을 그리면서 이 질문을 캔버스 위에 올려두었다.


토끼의 머리 위엔 개구리가 앉아 있다. 작은 것 위에 더 작은 것. 시뮬레이션 안의 시뮬레이션. 우리는 어쩌면 이렇게 겹겹이 쌓인 세계 속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토끼는 웃고 있다. 빗자루를 꼭 쥐고, 이 알 수 없는 세계를 유영한다. 무겁지 않게. 두렵지 않게.

그것이 내가 이 그림에서 하고 싶었던 말이다.

시뮬레이션이라 해도, 이 빛은 진짜다. 이 분홍은 진짜다. 네가 느끼는 이 순간도 진짜다. 모든 것이 계산으로 이루어진 세계라 해도, 그 계산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만큼은 어떤 코드도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우리는 빛으로 만들어진 존재들이다. 그리고 빛은 파동이든, 입자든, 픽셀이든 언제나 아름답다.


모든 것은 빛이요, 시뮬레이션이다. 그러므로 모든 것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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