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고랑에 봄이 오려나 봄.
혹독한 한파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예보가 들려오지만, 계절은 어김없이 제 자리를 찾아온다.
24절기는 꼬박꼬박 돌아와 어느새 입춘이 되었다.
예전 중곡동 긴고랑길은 이름 그대로 긴 고랑, 작은 냇물이 흐르는 길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복개되어 사람과 차들이 오가는 도로가 되었지만, 토박이들이 여전히 많이 살아서 복개 이전의 이야기를 종종 들을 수 있다.
나는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그들의 기억 속 긴고랑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10여 년 전, 구청에서 이 길에 벚나무를 심었다. 복개천이라 지하수가 흐르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꽃이 더 빨리 피고 더 빨리 진다. 입춘이니 곧 벚꽃을 볼 수 있겠지.
여름 장마철이 돌아오면 아직 남아 있는 긴고랑 계곡은 물놀이 인파로 가득 찬다. 이곳은 토박이들만 아는 숨은 계곡이다.
용마산과 아차산에 둘러싸인 중곡동 긴고랑길.
우리 집 뒷베란다를 열면 사시사철 꽃내음과 나무 냄새가 가득하다.
짙푸른 녹색으로 물들기 전, 연한 연두빛 나뭇잎과 풀꽃들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이곳에 정착한 지 어느덧 15년. 별다른 일이 없다면, 아마도 이곳이 내 노년을 보내는 터전이 될 것이다.
또 한 해가 지나고 새해가 돌아와 벌써 한 달이 흘렀다. 50km 이상의 속도로 달려가는 듯한 나의 50대.
그런데 나는 왜 설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