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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야 Mar 17. 2022

자리에 앉아요

 우리 반 약속 중 "자리에 앉아요"라는 것이 있다.

선생님이 "자리에"라고 말하면 아이들은 "앉아요"라고 대답하며 자기 자리에 가서 앉는 아주 단순한 약속이다.


 학기초 아직 학습 훈련이 덜 된 아이들은 자기 자리에 앉는 것이 잘 안 된다. 특히 쉬는 시간이 끝나고 수업이 시작하기 전 다음 수업을 준비하는 것을 많이 어려워한다. 서성이며 장난치는 아이들을 자기 자리로 가게 하기 위해 종종 미션을 준다.

 자리에 앉아요를 외치고는 아이들 모두가 자리에 앉을 때까지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는데 평균값보다 좀 빠른 시간으로 미션을 주는 것이다. 우리 반은 아이들이 보통 자리에 모두 앉는 시간이 10초 내외로 걸려 '5초 미션'을 주었다. 5초 안에 모두가 자리에 앉으면 학급 온도를 1도 올려준다는 미션을 주자 아이들은 쉬는 시간이 끝나갈 무렵 자기들끼리 의견을 나누며 준비를 했다.


"얘들아 이제 쉬는 시간 끝나가. 미리 자리에 앉아 있자."

"자리에 없는 사람 누구야?"

"화장실에 있는 아이들이 두 명 안 왔어."

"그럼 내가 불러올게."

"다음 시간 책 꺼내고 자리에 앉아 있으면 시간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아."


쉬는 시간이 끝나기 전 자리에 모두 앉아 수업 준비를 마친 아이들이 기특해서 큰 소리로 "자리에"를 외쳤다.

"앉아요"를 외치는 아이들의 모습에 일종의 성취감 같은 것이 보인다. 함께 뭔가 이루어냈다는 뿌듯함이 가득 담겨 있다. 아이들은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만큼 자라난다.


"우와! 정말 대단한데? 5초 미션 성공이야! 다음번엔 선생님이 갑자기 '자리에'를 외칠 거니까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거야."

"네. 자신 있어요."

"네. 좋아요."


 교사의 개입 없이 아이들 스스로 의견을 나누고 함께 이루어낸 작은 성공. 이것은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 못 할 것 같은 미션이 아니라 만만하지만 좀 노력해야 하는 미션들은 아이들에게 '도전할 만하다'라는 의지를 불러일으키고 그것을 해낸 후 작은 성공을 발판 삼아 좀 더 큰 성공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작은 성공을 맛볼 수 있는 재미있는 미션들을 찾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과제다.


 한 걸음 한 걸음, 아이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한 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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