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코로나 팬데믹으로 3월 초 아이들과 만날 수 없어 부랴부랴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던 그때.
언제나 마스크를 쓰고 있어 마스크 벗고 줌 수업을 하는 아이들 얼굴이 왠지 낯설었던 그때.
거리두기로 모둠활동도 제대로 할 수 없고, 아이들과 놀이 활동도 거의 할 수 없어 힘들었던 그때.
기대했었다.
'곧 예전처럼 돌아갈 거야.'
'내년엔 달라지겠지.'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더하면 더했지 전혀 나아지지 않은 상황에 가슴에 답답하다.
매일 아침 출근과 동시에 교실 환기를 시키고, 아이들의 자가진단을 확인하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자가진단 체크가 안 된 아이들을 확인해 연락을 하고, 등교 중지인 아이들은 전화해서 이유를 묻고, 등교하는 아이들 열체크를 하고 나면 아침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요 며칠 확진자가 폭증하는 시기. 파란색 '정상'이라는 답변 사이사이 빨간색으로 표시된 등교중지, 초록색으로 표시된 확진자가 나날이 늘어간다. 수시로 바뀌는 방역 수칙에 등교 가능 여부를 묻는 학부모에게 어떤 답변을 해야 하나 매뉴얼을 숙지하기도 쉽지 않다.
반별로 예닐곱 명 정도는 등교중지나 확진으로 학교에 못 나오고, 아직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한 반 아이도 있다.
"너 복직할 때쯤이면 상황이 좀 달라질 줄 알았는데, 더 심해졌네. 멘털 잘 붙들고 있지?"라는 친구의 물음에 '그래. 그런 기대를 했었지. 나아질 거라는 기대. 예전처럼 돌아갈 거라는 기대.' 혼자 되뇌며 씁쓸한 웃음을 지어본다.
아이들이 돌아가고 난 교실을 쓸고 있는데
"똑똑!"
노크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3학년 때 선생님 반이었던 ㅇㅇㅇ예요. 잘 지내셨어요?"
"그래. 이제 5학년이지? 오랜만에 보니 반갑다. 키가 많이 컸네. 더 이뻐지고."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서 복습노트 잘 알려주셔서 4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 칭찬 많이 받았어요. 선생님 덕분이에요. 5학년 때도 열심히 할게요."
"ㅇㅇ이 너무 기특하네. 듣던 중 참 기분 좋은 소식이야. 멋지게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 자랑스럽다. 다음에 또 놀러 와!"
젤리 한 봉지를 손에 쥐어주고 아이를 보내며 환하게 웃고 있는 내 얼굴.
그래.
이런저런 힘든 상황들, 업무들에 답답할 때도 있지만 이렇게 한 걸음씩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누구보다 행복한 마음이 드는 나.
비실비실 기운이 없다가도 학교만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에너지가 샘솟는 나.
귀를 기울이며 반짝이는 눈동자들을 마주하는 순간의 희열을 즐기는 나.
이런 나라서
참 다행이다.
"선생님은 꿈이 뭐였어요?"
"생명을 살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럼 의사가 되고 싶으셨어요?"
"글쎄. 꼭 의사가 아니라도 생명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선생님은 꿈을 이루어가고 있는 것 같아. 너희들을 세우고 살리는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스스로를 사랑하며 아끼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사람, 좌절하고 낮아진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사람으로 살아가려고 애쓰고 있으니까."
얼었던 땅이 녹고
초록이 움트는 봄.
내게 맡겨진 아이들 안에 가득한 생명을 꽃피워낼 수 있도록 물을 주고, 햇살을 비추어 주며 애써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