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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미야
Apr 01. 2022
[이어령이 묻고 미야가 답하다] 2. 글을 쓴다는 것
출처 ㅡ 중앙일보
"내가 계속 쓰는 건 계속 실패했기 때문이야. 정말 마음에 드는 기막힌 작품을 썼다면, 머리 싸매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았을까 싶어."
글을 쓴다는 것은 앞에 쓴 글에 대한 공허와 실패를 딛고 매번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고, 그가 환하게 웃었다.
- p. 29,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미야, 자네는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어찌 생각하나?"
실패를 딛고 다시 시작하는 용기.
다시 글과 씨름하는 열정.
선생님의 용기와 열정 앞에 저는 부끄러워집니다.
사실 저는 실패가 지겨워, 실패가 두려워 글을 쓰고 싶지 않았거든요.
거창한 계획과 열정은 너무도 쉽게 사그러들었습니다.
이건 아니야.
마음에 들지 않아.
정말 내가 쓰고 싶은 건 뭐지?
왜 생각과 글이 하나되지 못할까?
이런 글이라도 쓰는 것이 맞는 건가?
부끄러운 글을 쓰느니 멈추는 것이 나은 것 아니야?
시작은 했으나 끝맺음이 안돼!
쓴다는 행위는 때로 저를 기쁘게 했지만
때로는 저를 피곤하게 만들었습니다.
부족한 나를 마주하는 것이 부끄러웠고
게으른 나의 정체성에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대충대충 눈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 상대에겐 안 들키고 넘어갈 지 몰라도 나는 알고 있으니까요.
몰입하지 못하고, 진짜 마음을 한 방울도 섞지 못한 글을 휘갈기듯 써내려간 후 '등록' 버튼을 눌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 결국 '저장' 버튼을 누르고 세상에 내보내지 못한 글이 가득합니다.
때로는 이런 글을 써도 되나? 이렇게 나를 드러내도 되나? 자기 검열에 걸려 저장되어 있거나 삭제된 글들도 많습니다.
그렇게 쓰는 것이 버겁고 부담스러운 일이라면 놓아버리면 그만인데 왜 붙들고 고민하냐구요?
선생님 저도 그게 의문입니다.
좋은 문장을 보면 가슴이 설레입니다.
나도 이런 좋은 문장을 쓰고 싶다.
좋은 이야기를 읽으면 가슴이 설레입니다.
나도 이런 이야기를 쓰고 싶다.
아직 나만의 색을 찾지 못했고
글을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한 정의를 내리기 힘들지만, 때로 글쓰기가 부담스럽고 두려울 때도 있지만 저 글쓰기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복잡했던 생각들이 정리되고
널뛰던 감정들이 정리되어
진짜 나와 마주할 수 있는 문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시간.
글을 쓰는 시간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고백이 저에게 답을 주었어요.
실패해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실패해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고.
저는 앞으로 계속 실패하겠지요.
정말 마음에 드는 글을 쓰지 못하는 날이 많겠지요.
실패하고 다시 쓰는.
진짜 나를 찾기 위해
쓰고 또 쓰며
다시 시작하는.
매번 실패할 수 있지만 끝까지 다시 쓸 수 있음이 보장된 것을 기뻐하는.
그런 글쓰기라면 계속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도전해봐도 되지 않을까요?
선생님의 질문에 정확한 답을 드리지 못했지만
덕분에 다시 써 볼 용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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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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