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양수리에 가지 못한다
거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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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그리워서 갈 수가 없다.
내 가슴속에 아름답고 슬픈 이름을 가진 곳이다.
엄마.
아빠.
내 근원이 살아있던 마지막 장소였다.
계절이 일상과 오묘하게 조화를 이루던 곳.
강과 하늘이 사람들의 삶을 조용히 지켜보던 곳.
삶과 죽음이 표표히 흐르는 강물처럼 여상한 곳.
그곳에서 나는 이편이 아니라 생각하며 물려놓았던 저편의 죽음에 닿게 되었다.
그래서 그곳에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다.
무서워서는 아니다.
공기마저 쓸쓸해서 숨을 쉬면 자동적으로 눈과 영혼에서 물이 흐를지도 모른다.
삶이었던 곳을 죽음의 이름으로 기억하게 된 곳.
다시 안을 수도, 만질 수도, 얼굴을 바라볼 수도 없는 곳에는 각인처럼 기억만이 쌓여간다.
두물머리와 세미원과 소박한 도서관을 오가며 어린 아들이 자라던 곳.
할아버지와의 얇은 기억 한 조각을 편을 떠내듯 이야기하는 아들에게 그곳은 유년시절 알록달록한 색채로 남아있는 곳이다.
할머니와 경쟁했던 받아쓰기의 기억.
귀여운 1학년 여자친구를 데려왔던 추억.
강과 삐걱거리던 나무 철길.
부서지던 햇살마저 그리운 아버지를 소환하던 목소리였다.
친정인 그곳에서 등을 떠밀리듯 살게 된 나와 아들.
남편은 제주로, 딸들은 경기로 뿔뿔이 흩어졌던 다섯 가족이 모두 만나는 날엔 적적하고 괴괴한 그곳을 벗어날 수 있던 날이었다.
모든 것이 마무리되고 부모님이 그곳에서 돌아가시고 우린 다시 각자 삶의 자리로 돌아왔다.
우리의 환한 웃음이 떠오르는 꽃의 계절도
서로에게 행복이 되었던 열매의 계절도 지나왔지만 지금 양수리는 그리움의 계절로 접어들었다.
그러니 난 양수리에 가고 싶지만 가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