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거리를 두라고?

by 캐리소

딸, 다음 주가 네 생일이지?

근데 친구들과 여행계획을 잡았더구나.

몇 년 만에 친구들과 잡힌 여행에 많이 설레어하는 게 엄마는 좀 안쓰럽네.


맨날 일, 집, 일, 집 생활만 하고 나머지는 가족들 챙기느라 정작 친구들과 여행 한 번 못했었잖아.

이번에도 동생 졸업이라고 그 귀한 휴무일을 반납하고 엄마랑 동생을 챙기는 너.


어릴 때부터 집안의 대소사 다 신경 쓰는 특이한 아이였지 넌. 특별히 양가 할아버지 할머니들 전담마크하며 세심하게 마음 써주는 네가 항상 고마웠어.


조금은 과하다 싶게 가족이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살피느라 정작 자신이 원하는 일에 집중하지 못한 널 생각하면 엄만 네게 빚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 너도 알게 모르게 상처를 입었더라고. 엄만 그런 모든 일로부터 너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과 네가 써주는 세심함을 더 받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좀 왔다갔다한 것 같아.

엄마가 아직도 너무 철없지?

아직 그럴 때는 안된 것 같은데 점점 엄마의 보호자를 자처하는 네게 익숙해져 가는 것도 같고.



친구들과 엄청 친밀하게 지내다가 각자 회사 다니느라 바쁜 친구들을 보며 넌 점점 거리가 생긴다고 살짝 서운해했지. 그러더니 오히려 적당한 거리를 두게 되니 여유 있고 편해진 것 같다고 하는 걸 보면 이젠 서서히 너도 나이를 먹고 네 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아.


거리를 두는 일.

사람 사이에는 다소 유용한 면이 있지만 거리를 두면 안 되는 것도 있어.

바로 꿈이면서 네 목표야.


꿈을 이루고 싶은 사람이라면 꿈을 만들어가는 요소들과 착 달라붙어 있어야 한단다.

아직도 너는 꿈꾸는 30대라고 했으니까.


잘 들여다보면 어떤 일에 거리를 두는 본심은 언제든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도망갈 수 있는 여지를 두겠다는 거잖아.

거리감 없이 붙어있는 상태에서는 외부의 충격을 함께 감당해야 할 수도 있을 테니까.


그런데 어떤 일에서 가장 좋은 것만을 취할 수 있는 경우란 하나도 없단다.

좋은 일에는 반대쪽 일면도 세트로 따라오는 거잖아. 일상도 삶도 다 양면의 모습을 갖고 있다는 걸 네가 알았으면 좋겠다.



진리에, 꿈에 딱 달라붙어 있지 않으면 양분을 얻을 수가 없어. 가지에 붙어 있는 나무가 열매를 맺을 수 있듯 언제나 하나가 되지 않으면 시들해지고 말라지게 된단다. 결국은 불쏘시개 역할밖에 할 수 없겠지.


적당한 거리를 두면 결단코 알 수 없는 일들이 있어. 하나가 되어야 비로소 그것의 속성과 변화되는 모습과 나아갈 방향을 알 수 있거든.

그 모든 건 뛰어들어 직접 경험하는 과정에서 속속들이 알게 되잖아.


딸,

여행 잘 다녀오고 거리와 밀착의 적정성을 찾기를 바란다.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3Z4R2VoCVZjnu1j7FOnxVFrJ1a5LaNKu4G7H4Q3GRHTvBsQ/viewform

https://www.geconomy.co.kr/news/article.html?no=313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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