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한창 육아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는 곳에서 엄만 멈췄지.
화면 속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 정도로 보였어. 근데 놀랍게도 엄마한테 손찌검을 하기도 하고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훔치기도 하며 부모의 애를 태우고 있네. 아이의 파행에 대해서는 전문가도 우려하는 수준이라고 했어.
그런데 숨은 반전이 있었지 뭐야.
제작진이 내보내지 않은 방송분에 엄마가 아이를 때리고 학대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거 있지?
함께 보고 있던 아빠와 나는 동시에 탄식을 했단다. 세상에, 저랬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이 행동에 원인이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구나.
그때 네가 슬며시 소파 곁 안마의자에 앉더니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지.
"와~저런 엄마도 있네. 우리 반 애들이랑 동네 형들하고 얘기하면 우리 엄마 같은 사람은 없더라. 엄마처럼 내 말 들어주고 끄덕여주는 착한 엄마는 없더라고.
내가 엄마 복 하나는 있지!"
갑자기 훅 들어오는 네 말에 엄마마음이 달달구리해졌어!
아이야,
복이 뭘까?
'삶에서 누리는 좋고 만족할 만한 행운. 또는 거기서 얻는 행복'이라고 말하는데 엄마가 떠올리는 건 재물이나 명예뿐이구나.
그리고 '배당되는 몫이 많은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단다.
한자의 복은 복(福) 복 자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보일 시(示)가 함께 붙어있어.
복은 그것을 볼 줄 아는 눈이 있을 때만 알아차릴 수 있는 거네.
네가 그걸 보아서 알고 엄마에게 전달하는 과정 전체가 진짜 복인 것이지.
엄마가 생각하는 복은 우리 가족 모두가 살아있음으로써 서로가 복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한 해 동안 힘든 일, 행복한 일이 교차하는 게 우리의 일상이었잖아.
아빠는 업무내용이 바뀌어서 적응하는 한 해였고,
엄마는 새벽 독서와 공저 글쓰기 덕분에 한 해를 한 달처럼 지내기도 했고,
큰누나는 새로운 일에 매진하느라 정신없었고,
네 조카들은 쑥쑥 자라느라 끙끙댔고,
작은 누나는 쏟아지는 일을 쳐내느라 자신을 갈아 넣었지.
너는 연말에 가서야 생각지도 못했던 큰 선물 하나를 받았고.
모두 자기 자신이라는 복을 만드느라 분주한 한 해를 보냈구나!
우리는 모두 주어진 인생을 사느라 하루를 보내고 일상을 살잖아. 그러는 와중에 나라는 존재 자체가 가장 귀한 복임을 알고 있을까?
엄마는 그걸 알게 된 한 해를 보냈단다.
너도, 우리 가족들도 모두 그걸 알게 되면 좋겠어.
왜냐하면 그래야 진짜 삶을 살기 시작하는 거라서 그래.
과거의 삶이 헛되었다고 말하는 건 아니야.
지나간 시간이 쌓여 지금의 나라는 존재를 만났으니 과거도 중요하지.
그러나 너도 알지?
에머슨의 자기 신뢰철학에서 '당신의 몫이 오늘 당신의 행동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할 때 엄마는 '몫'의 자리에 가만히 '복'을 놓아 본단다.
'복'도 '몫'처럼 나누어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
우리가 서로에게 복을 나누어 주는 것처럼 서로에게 자신을 나누어주는 건 정말 멋지지 않니?
서로의 진심, 애정, 사랑, 배려를 나누면 복리로 돌아오는 이자까지 두둑이 챙길 수 있으리라 생각해.
한 해의 마지막 날,
고리타분한 뻔한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그냥 복은 너 자신이니 그걸 잊지 말라는 말이야.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네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가 너의 복을 결정짓는 작은 씨앗이 될 테니까.
내년에는 더 진하게 너를 만나는 한 해가 되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