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day!

- 낭독극 후기

by 캐리소

디데이다!!


이상하게 결기에 차서 어둑한 새벽공기를 가르고 걸었다. 왠지 가슴이 웅장해지고 단단해지는 걸 느낀다.

무엇이 이렇게 우리를 모으는 것일까?

모두 자발적으로, 진정과 진심을 다해 서로를 세우려고 움직이고 있다.


시간 맞춰 리허설을 하려고 각지에서 모이는 작가들. 아침 시간은 물론이고 오후, 저녁 타임 작가들까지 하나라도 더 서로에게 에너지가 되기 위해서 부리나케 달려온 길들.

출연진뿐만 아니라 스텝으로 손과 발이 되어 움직이는 작가님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우리가 읽어낸 시간들과 무딘 정신의 외피를 벗기고 알맹이를 찾아 들어간 시간들이 필름처럼 돌아간다.


새로운 것과 접촉하지 않으면 정체되기 마련이다. 미지의 세계로 우리를 잡아끄는 본능, 곧 호기심이 없는 삶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든다. 새로운 것이 어느 정도 섞여들어도 존재가 참을 수 없이 흔들리고 불안정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흥분과 매혹과 격정을 부채질한다. 주)


새로운 것이 우리에게 왔고 우린 피하지 않았다. 그것이 성장하고 있는 실제이며 흥분과 매혹은 덤이다.

긴가민가했던 어제의 나와 결의를 담은 오늘의 나는 확실히 단단해졌다.


관객의 폐부를 찌르는 작가님들의 낭독극이 3회 내내 호평을 받은 것도 벅찬 일이다.

연출가님의 후한 피드백이 신기하고 놀랍기만 하다.


뭔가 뛰어넘을 때 심장은 힘차게 박동한다.

1월 16일 나는 나를 넘어서고 싶었다. 그럴 수 있다면, 나를 넘어설 수 있는 어떤 팁을 얻고 싶었다. 그런 마음을 품고 코칭을 받았다.

그러나 이미 나는 '나라는 에고'에 둘러싸여 있어서 진짜 살아있는 자아의 태도를 잃어버리고 있었다.

코칭 후 나는 내게 고여있던 시선을 거두고 내게 오는 모든 것을 바라보기로 한다.




1월 17일 나는 '내가 없음'일 때 거대한 무한을 갖는다는 걸 알았다. 그것을 경험한 날이다. 직관과 영감은 있고 '내가 없는 무'를 만나고 싶었고 그렇게 되었다.


나를 놓을 때 느끼는 자유.

손에서 놓친 존재가 아니라 중심으로 모아지는 존재로.


의미를 따라가야 우리는 우리 너머에 있는 것에 압도되지 않고, 시대에 뒤처졌거나 너무 편협하거나 너무 과시적인 가치와 믿음 체계에 바보처럼 현혹되거나 지배당하지 않게 된다. 주)


선명한 것은 가치를 가진다.

우리가 지금 하는 일이 모두에게 지지를 받지 못한다 해도 가치에 있어서는 선명한 것이다.


지금,

여기,

이곳에.

우리가 있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나는 왜 이 길에 서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



https://youtu.be/1RvuFAWlkdo?si=3q855Zjmbo9WAl93



우린 또 어디로 가는 걸까?


주) 자기 신뢰 철학, 랄프 왈도 에머슨

* 우리 낭독극 퇴장 음악, 지오디의 '길'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