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아줌마다!

by 캐리소



낭독극이 끝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 다른 숙제 하나가 내 앞에 떨어졌다.

5월에 있을 ㅇㅇ 갤러리 연합 전시회!


전시회 참여를 제안하는 말을 들었을 땐 에세이 출간을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에이~ 안되지...'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해야겠다는 욕구가 강하게 들어왔다.

세상에 초보 아니었던 작가가 어디 있으며 첫걸음이 아닌 걸음이 어디 있겠냐는 생각이 나를 잡아채 설득한다.


작년만 하더라도 그림은 나한테 취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냥 어릴 때부터 그림에 호감이 있었고 그래서 지속할 수 있었고 잘 그리든 못 그리든 그것보다는 그리는 행위 속에서 내가 기쁨을 얻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으니까.


하지만 두 권의 에세이에 일러스트로 참여하면서부터는 그림은 꿈꾸게 하는 도구로서 내게 다가왔다.

나를 통해 그림이 표정을 갖게 되고 보는 이를 쓰다듬고 글에 녹아들어 그의 정신을 대변하고 놓인 문단을 설명하는 테마가 되었던 것이다.

그림은 새로운 생명력을 가지고 자꾸 나를 두드리고 자극했다.

전과는 다른 새로운 정체성으로 내게 달려드는 형국이다.


정말 그림의 정체성이 달라졌을까?

그림을 대하는 내 마음이 달라진 것이 아닐까?

마음은 또 뭔가?

마음은 뇌가 만들어낸 주책일지도 모른다.

내 뇌가 그림에 대한 해석을 다르게 내놓았다는 말과도 같다.


뇌는 정말 기막힐 정도로 훌륭한 성능을 갖추고 있어요. 결국 우리가 하는 일은 눈에 비치는 것을 그저 멍하니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해석하고 어떻게든 의미를 찾아내려고 하는 것입니다.
p. 46 *


뇌, 진짜 멋진 도구다!

도구?

도구라고 말하기엔 뭔가 존재의 무게를 축소시키는 듯해서 미안할 지경이다.

나는 지금 '이케가야 유지'의 뇌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있다.


친절한 뇌과학 선생님이 고등학생이 된 나를 가이드하는 것 같아 내용에 부드럽게 빠져들 수 있었다.


앞에 몇 장을 읽다 보니 뇌는 아줌마랑 비슷하다.

그렇지 않은 아줌마도 물론 있겠지만 그런 예외를 생략하면, 뇌는 오지라퍼이면서 지레짐작의 달인이다.

그래서 인간이 자신보다 힘이 센 자연의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나 보다.

아줌마의 생활력을 닮은 뇌라서!

덜렁이이면서도 사랑스러운 구석이 있다는 점도 아줌마와 비슷하다.


앞의 얘기로 돌아가면, 난 아줌마의 뇌성을 백분 활용할 생각이다. 환경이 받쳐주지 않아도 뻔뻔함으로 밀어붙이고, 실력이 받쳐주지 않아도 매일의 루틴을 깨우는 오지랖으로 버틸 생각이다.


작년에 나를

지금으로 데려왔던 에너지가 욕구라는 날개를 달고 또 나를 망망대해에 세워놓는다.

그러면 어때?

또 가보는 거지 뭐.


올해 중순에

올해 말에

난 또 새로운 내가 되어서 나를 놀라게 할 거라 생각한다.

한껏 기대해 보다가 기대하기를 멈춘다.


매일 할 일을 하는 자리로 나를 앉힌다.


하자, 해!!!!!




* 단순한 뇌 복잡한 나, 이케가야 유지, 은행나무.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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