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만나고 싶었지
그가 거니는 뜰에
어떤 꽃이 피는지 궁금했어
몰래 들여다본 창을 통해
모란처럼 떨어진
붉은 통증
새들은 무거운 형벌의
나뭇가지를 물고 날개를 끌며 걸어가는데
나는 소리를 삼킨 산야의 입을 막고 있었지
듣지 못하게
들리지 않게
눈동자 굴리는 소리가 담을 넘어
귀먹은 양심이
도망을 치던 날
땅으로 내리꽂는 폭풍우는
누구를 부르는 메아리였던가
구름이 걸려있는 산꼭대기 위에서
바랑에 든 목적을 일으키는 목소리
생을 싣고 가는 모든
존재에게 서리는 물방울 같은 것
고통을 없애는 게 아니라
고집을 삼키는 일에 초점을 맞추다가
흉곽을 여는 쇳소리 하나
내 옆구리에 돋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