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릴이 필요하다

- 내가 갖고 싶은 것

by 캐리소



수영을 배울 때 나의 가장 취약한 영법은 자유형이었다.

물론 초보일 땐 다른 영법에서도 일정 부분은 몸에 각인시키기 어려웠지만 자유형처럼 기본이 되는 영법에서 난관을 만나면 수영할 때마다 한계를 드러내게 되는 법이다.


내가 아는 자유형은 일단 입수하면 몸통을 날치처럼 옆으로 뉘어 물을 지쳐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난 근력도 딸리고 오른쪽과 왼쪽의 균형도 맞지 않아서 수영할 때마다 자꾸 힘이 빠졌다. 그래서 물을 잡고 나가다 보면 똑바로 가지 못하고 어느새 한쪽으로 치우치면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레일의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가는 것이 늘 힘겨웠다.

간혹 그렇게 도착한다 해도 숨을 몰아쉬느라 숨이 막힐 지경이 되곤 했다.

이럴 때 내 한계 앞에서 언제나 주저앉고 싶은 심정이 된다.


그걸 넘어서는 것이 언제나 어려웠다. 지금도 어렵다.

그런데 어려운 그 지점에서 난 그 이상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결국 수영한 지 일 년이 되는 시점에 난 그날만을 기다린 듯 수영을 그만뒀다.

그건 넘어서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내 앞에 문턱 앞에서 번번이 뒷걸음질을 친 것이다.



드릴은 구멍을 뚫는 도구, 혹은 훈련 또는 연습을 뜻한다.

내겐 두 형태의 드릴이 모두 필요하다. 내 인식에 구멍을 내는 드릴이 필요하고 훈련과 연습으로서의 드릴도 필요하다. 글을 쓰는 데 필요한 구멍을 집요하게 뚫어서 심해까지 가닿고 싶은 도구로서의 드릴, 내게 부족한 부분을 파고 파고 또 파면서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반복학습을 마다하지 않는 근력으로서의 드릴이 필요하다.


메마른 땅을 살리기 위해 비가 올 때까지 기도를 멈추지 않는 농부의 염원,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요청을 멈추지 않는 아이에게 우주는 결과를 내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염원하는 농부처럼 요청하는 아이처럼 나는 드릴을 사용했었나? 묻는다면 함구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뒤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고 싶지 않다.


나는 드릴이 되고 싶다.

나로 나를 뚫고 싶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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