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다음 장으로

by 캐리소


이제 슬슬 전시회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런데 사실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는 난감함 속에 하루하루 날짜는 다가오고 있다.

이상하게도 걱정은 안 된다.

믿는 구석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이 일은 이미 믿을만한 구석을 옵션으로 갖고 내게 왔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한다고 했으니 책임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냉정한 시선에서 본 지금 나의 형국은,

도와달라 부탁하고 싶은 사람에겐 눈치가 보이고 마땅히 도움을 청해야 하는 사람은 멀리 있는 처지다.

이런 경우에 나는 어떤 것을 선택하고 집중해야 할 것인가?



평소에는 전시회에 대한 어떤 이야기도 건네지 않았는데 오늘은 공방 선생님이 적극적으로 코멘트를 해주신다.


수채화 종이의 표면 질감에 따라 색을 입혔을 때 어떤 효과를 드러내는지, 그림을 단순히 액자에 넣었을 때의 크기와 벽에 걸었을 때 크기와의 차이점 등을 얘기해 주셨다. 액자의 요즘 시세가 어떤지, 요즘 사용하는 물감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어떻게 표현되는지 까지 다방면의 팁이 흥미로웠다.


그런 것을 다 안다고 무엇이 달라지나?

그린 그림이 쌓여야 이런 정보의 유용함을 실감할 것 같다.

그래도 그림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전체 플랜을 세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아주 작은 관심에도 감동하게 되는 건 그만큼 지금 내 맘이 급하고 절박하다는 뜻이다.


행동을 선택하고 행동이 내게 주는 어떤 노이즈든 신호든 따라가 보련다. 그러면 거기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이 생성될 것이다.

새로움은 그다음 장으로 나아가 새로운 행동을 촉구하는 버튼이 되겠지.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