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징이를 잠시 기다리게 하기

by 캐리소


때로는,

징징거리는 사람을 보면 참 딱하다.

어떤 때는 짜증도 난다.

대체 왜 저러나 싶을 때도 있다.

나의 감정 상태에 따라 징징이는 쥐어박힐수도 있고 어깨 토닥임을 받을 수도 있다.


굳이 징징대는 사람을 대면하지 않는다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징징이를 달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 징징이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왜 징징대게 되었는지, 징징의 주제는 뭔지, 징징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근데 징징거려 보니까 재밌다.

긴장이 풀리기도 하고 징징거림을 받아주는 사람을 만나면 맘이 놓이고 푸근해지기도 한다.


긴장을 잠깐 풀고 싶을 때 징징대기도 하고

그냥 괜히 어깃장을 놓고 싶을 때도 징징이를 소환한다.

그래도 징징이는 일과 일 사이의 다리만 놔주고 페이드 아웃 되어야 하는 운명인 건 어쩔 수 없다.

징징이는 메인은 될 수 없다. 잠시 환기를 시키기도 하는데 정작 실속도 못 차린 채 한쪽에 찌그러져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난 내 안의 징징이와 친하게 지냈다.

어려운 일 앞에서 징징징.

넘어야 할 어떤 과제 앞에서 일단 징징징.

인정받지 못할 때 징징징.

실컷 징징대다 보면 뻘쭘해지고 그래서 그냥 가볍게 징징대는 일을 그만둬버리게 된다.

그게 징징이의 매력이다.


그러고 나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동력을 얻는다고 할까?

그래서 징징이의 한 팔을 내 팔에 감고 같이 가는 중이었다.

아무도 징징이와의 대화를 눈치채지 못하니 일단은 창피하지 않아서 좋다.

또 내가 바보 같아 보이는 건 나만 알면 되니까 안전하기도 했다.


그래서 짜증 나는 징징이의 존재도 봐주고, 징징이가 혼자 있으면 살짝 불러내기도 하고 어디 가서 눈칫밥 먹지 않게 눈치 있게 굴라고 잔소리를 하지만 징징이는 내 곁을 떠나지 않는다.

징징이는 믿음이나 의리를 저버리지 않는다.

잠시 곁에 머물다가도 내가 집중하고 있으면 조용히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그래서 가끔은 아주 어릴 때 부리지 못했던 응석을 지금이라도 부리려무나 하고 봐주고 있다.


그런데 요새는 징징이의 징징 소리가 귀에 안 들어온다.

내 앞에 놓인 불부터 꺼야 해서 그 일에 동동거리느라 정신을 차리고 보면 징징이를 잊고 있었다.

쳐내야 하는 일은 한가득이고 나의 역량은 역부족이고.

급기야 징징이를 잠시 기다리게 해 놓고 그 아이의 존재를 잊어버리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징징이는 어깨를 늘어뜨리고 조용히 집으로 돌아간다.

이젠 징징이를 조금씩 잊어가고 있다.

나 참 많이 컸다.


당신의 징징댐은 어떤 모습인가요?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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