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두고 힘을 길러라

by 캐리소

나는 넉넉히 시간 여유를 갖고 침착하게 원고를 고치는데도, 나쁜 문장과 더불어 좋은 문장까지 적지 않게 버리게 되는데, 그것은 무엇이 좋고 나쁜 지 분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쯤 시간이 흘러 줄거리가 잡히고 나면 비교 기준이 뚜렷이 세워지면서 내버린 문장들을 재음미해서 어떤 문장을 다시 집어넣어야 좋을지 쉽게 가려낼 수 있다. 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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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를 고칠 때의 나는 침착하지도 여유 있지도 않다.

일단 내 문장에는 맨홀 같은 구멍이 많다. 구멍을 발견하게 되면 일단 침착성을 잃어버린다. 침착성을 잃어버린 작가는 객관성과 냉정함이 흔들리기 때문에 성긴 구조를 발견할 시야를 차단당한다. 결국 무엇이 좋고 나쁜지 분간할 수 없게 되는데 그것을 분간할 수 있다면 그 글은 숨 쉬는 방향을 얻은 것이 아닐까?


천하의 소로도 이렇게 자신의 문장을 두고 고민을 했었구나!

그가 그랬는데 나 같은 글쓰기 초보가 난관을 만나는 건 뱀이 허물을 벗고 아이가 성장통을 겪는 것처럼 당연한 것이 아닌가.

그래서 그는 자신의 글을 벗어나 며칠의 말미를 준다고 한다. 그렇게 줄거리가 잡히고 기준이 뚜렷이 세워지는 것일까?


그는 그렇게 자신의 글을 마무리하지만 난 신의 어깨에 기대어 그의 어깨를 눈물로 적시고 만다.

그만큼 나는 나의 어리석음과 연약함의 물결에 휩쓸리는 중이다.


시간을 두고 힘을 길러라. 이제 막 알에서 깨어나온 어린 새는 하늘로 비상하기 위해 아무리 날개를 퍼덕거려도 날아갈 수가 없다. 보송보송한 솜털이 달린 날개로는 회오리바람을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대는 자주 단숨에 세상으로 달려나와서 거인을 쓰러뜨리기 위해 주먹을 휘두른다. 팔은 아기처럼 가냘픈 주제에. 주 2)


그렇다.

아직 글근육이 붙지 않은 팔은 무엇하나 때려눕힐 힘이 없다.

시간을 두고 힘을 기르라는 말은 셔틀콕처럼 내게 꽂힌다.

매일 들여다보고,

화가 나도 참고,

매일 쓰고,

매일 한계를 발견하고,

어퍼컷으로 깨지고,

깨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고.


쥐어터진 복서의 얼굴처럼 어쩐지 비장하다.




주 1) 소로의 일기, 전성기편.

주 2) 나를 아는 지혜, 발타자르 그라시안.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