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

- 자극의 반응이다.

by 캐리소

오늘 딸이 사는 대전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곳에 가서 할 일이 있다.

중간에 약속이 하나 있고 그 약속 후에 열차를 타면 된다.


딸은 자신을 위해 엄마가 자주 방문하지 않는다고 푸념을 한다. 자주 가지 않더라도 나는 이곳에서 딸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 그건 기도, 응원, 카톡이다.(그럼 다 하는 거 아닌가?)

이번에는 직접 집으로 와주기를 바라는 딸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

그의 요청이 자극이 되어 난 이동을 감행한다.


살아있는 것은 모두 다 이동한다.

움직여 옮기고 자리를 바꾼다.

꽃도 나무도 동물들도 그렇다.


뭔가를 하기 위해 혹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 지금 있는 자리를 떠나 움직이게 된다.

이동은 삶의 여러 가지 유동성을 만나게 한다.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하며 기존에 가진 관념을 깨뜨리는 일도 생긴다.


이동의 목적은 수행이다.

마음을 부려놓든, 짐을 부려놓든, 손으로 무슨 일을 하든,

여기에서 저기로

저기에서 이곳으로

평생 이동하며 산다.



창밖으로 소나무 군락이 보인다.

바람에 이리저리 휩쓸리는 소나무들이 춤추듯 경쾌해 보인다.

내가 보기에 나무는 이동할 수 없는 존재지만 나무 자신으로서는 이동 중이다.


계절에서 계절로

시간에서 시간으로

바람에 흔들리며 이동하고

잎새를 떨구며 자신을 바꾼다.

그렇게 나무도 사람도 일을 수행하기 위해 이동한다.


엄마가 살아계실 때 했던 말이 생각난다.

우리 집에 오느라 전철로 이동하면서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고.

수많은 사람 속에 섞여 목적지로 이동하는 일이 감사함으로 다가오면서 마음이 벅차올랐다고 했다.

마음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이 그 당시 건강이 좋지 않은 엄마에게는 얼마남지 않은 기회이며 작은 축복처럼 다가왔을 것이다.


엄마가 나를 보기 위해 이동했던 일.

내가 딸을 만나기 위해 이동하는 일.

만나고, 보고, 같이 지내기 위해 움직이는 것.

마음이 동해 자극이 주어지면 어디로든 움직이게 되어 있다.

살아있음의 속성이다.


이동한다는 건 마음이 동하고 그 마음에 반응하는 화답이다. 답을 한다는 것은 '네'든지 '아니요'든지 방향을 정해서 움직이겠다는 말이니까.


약속한 사람이 늦어져서 일도 계속 뒤로 밀렸다. 결국 5분을 남기고 열차를 놓쳤다.

그 사람 탓을 하고 싶지만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약속을 이행하기로 한 건 내 선택이다.

그래서 이런 자극이 오면 감정은 뺀다.


입석표를 다시 끊어서 간이석에 앉았다.

어찌 됐든 이동할 수 있게 되었고 모든 게 계획한 대로 되어간다.

바깥에서 오는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내 결정이다.

자주 이성적이고 똘똘한 결정을 내리게 되면 좋겠다.


오늘도 내게 달려들 자극과 이동의 교차를 즐겁게 받아 새로운 날을 풍성하게 만들어 보련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