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보는 시야가 이처럼 좁은 것을 또 발견한다.
어둑시니처럼 허우적대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형국이다.
마치 계단에 발을 디디는데 끝이 구름에 가려진 곳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오르고 있는 것 같다.
여러 번 수정했지만 전체 구도가 어떤 식으로 뒤틀려져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산만하고 시끄럽고 욕심부린 문장들.
전체 틀을 볼 안목이 없으니 구도가 맞지 않는 목각인형이 빼딱한 고개, 어긋난 팔다리로 흰 니트 스웨터와 진바지를 차려입은 꼴이 되었다.
핀셋으로 집도해 준 지담집도의~!
눈 빠지게 읽어 주시느라 두통을 얻으셨을 것 같다.
언제쯤이면 엉성하게라도 구조를 짤 수 있게 될까.
거울을 보고 돌아서면 바로 내 모습을 잊어버리는 천치와 같은 눈.
내 눈은 아직 그 수준이다.
그렇다 해도 한탄과 자책의 바닥을 기어 다닐 시간은 없다. 다시 일습을 수습해서 길을 떠나야 한다.
덜어내고, 또 덜어내고.
덜어내는 게 이렇게 즐거울 일인가?
산만하고 시끄럽고 욕심부린 문장들이 두더지처럼 머리를 들어 올릴 때마다 한 큐에 쾅쾅 쳐부순다.
덜어내야 잘못 맞춰진 뼈가 보이고 어긋난 순서가 제자리에 이를 테지. 태가 잡히고 모양이 생길 것 같으니 가속도가 붙는다. 비록 또다시 뒤집을지라도 깎아내고 덜어낸 깜냥으로 다시 해볼 요량이 생길 것이다.
목각을 해서 참신한 작품을 만들 기대에 잔뜩 부풀어 있다가 깎아놓은 것이 단순한 나열과 의미 없는 거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헛웃음이 난다.
하지만 쌓여 있는 나무껍질을 치우고 다시 나무를 붙잡아야 한다.
쓸 수 있을 때 써야 한다.
글계단을 오르는 발목에 추를 매단 듯 무겁지만 계단 끝엔 눈부신 무언가가 자라고 있을 것이다.